甲은 乙소유의 건물을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경락받았습니다. 그런데 위 건물은, 乙이 집을 지을 목적으로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丙소유의 대지를 임차한 후 그 지상에 신축한 건물로, 乙이 공사대금의 융자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丁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채무를 갚지 못하여 경매된 것이었습니다. 경매절차가 완료된 이후 토지소유자인 丙은, 자신이 토지를 임대하여 준것은 乙과 친분 때문인데 甲과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다면서 건물을 철거하고 대지를 인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甲은 丙의 청구에 응하여야 하나요?

<해설>응하여 줄 필요가 없습니다.
丙이 甲에게 건물의 철거와 대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대지의 소유권에 근거한 주장입니다. 甲 은 이러한 丙의 주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대지를 점유하여 사용할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甲은 丙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고 달리 丙으로부터 대지를 사용 수익할 권리를 설정 받은바 없습니다.

그러나 甲은 乙의 임차권을 경락에 의하여 취득하였음으로 丙에게 임차권을 주장하면 됩니다.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던 것은 건물일 뿐인데 어떻게 해서 대지임차권도 경락에 의하여 취득된다고 하는 설명을 하는지 의아하실 것입니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원래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과 그 부합물 및 종물(저당부동산에 딸린 물건, 가령 농가와 그에 딸린 축사)에 미친다고 하는 것이 우리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데(민법 제629조), 위 규정은 종물 뿐 아니라 종된 권리에도 유추 적용됩니다.(92다527 판결).

사안의 대지임차권은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건물에 종된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건물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임 차권에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甲은 경락에 의하여 건물의 소유권뿐 아니라 대지임차권도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甲은 乙의 임차권을 경락받았다고 주장하면, 丙은 틀림없이 민법 제629조를 들어 계약의 해지를 주장할 것입니다. 민법 제629조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 하거나 다시 그 목적물을 임대(“轉貸”라고 합니다)하여 준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丙이 이 런 주장을 하게되면 임대차계약은 해지되므로 甲은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丙의 청구를 들어주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판례는 민법 제629조 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임차권의 양도나 전대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민법 제629 조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92다24950 판결) 그러면 어떤 경우에 여기에서 말하는 배신행위가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 문제가 됩니다.

이점은 앞으로 판례를 통해 확인 되겠지만 적어도 사례와 같이 임차인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당권이 실행되는 바람에 임차권이 제3자에게 양도되 었다면 이것을 두고 임차인의 배신 행위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92다24950판결).

따라서 甲은 민법 제629조에도 불구하고 丙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고, 丙의 건물철거 및 대지인 도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