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만나지 못 했던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집으로 초대를 했으니 음식 준비를 한다. 소소한 여행과 차와 술을 가볍게 마시는 일도 시간이 맞으면 부담 없이 만나는 그런 친구들이다. 다 시켜 먹자고 귀찮게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하는 친구의 말은 듣지 않는다. 집에 온 손님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정갈한 상차림으로 맞이하는 것이 나의 철학이고 유일한 기쁨이다.

 
두 친구는 외식문화에 익숙하고 나는 집밥을 즐긴다. 요즘은 어느 식당을 가도 음식 맛이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유명하다는 맛집에서 실망하고 나오기 일수다. 그 이유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지는 주방장이나 찬모가 외국인이라는데 있다고 본다. 우리 음식은 조물조물 나물을 무치고 뜸을 들이는 은근성에서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 많은데 한국음식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 일은 어렵기에 내 집은 늘 손님맞이 아지트를 자처한다. 
 
손님의 음식 취향에 따라 메뉴 선정을 고려하는 일은 기본이 아닌가. 가볍게 맥주 타임을 가지기로 했으나 이미 내손은 음식의 다양성을 넘고 있었다. 처음으로 스파게티 도전을 해보았다. 바지락, 청경채, 피망, 새우살을 넣어 생크림&치즈 알프레도 파스타소스로 마무리하고, 계란과 어묵이 들어간 밀떡볶이를 하였다. 거기에 얼마 전 지인이 주고 간 통통 살 오른 가을 민물새우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나박나박 무를 넣어 푸욱 끓인 후 미리 숙성시켜 둔 반죽을 얇게 떠 넣어 민물수제비탕을 더하니 상이 꽉 찼다. 식당 부럽지 않다며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니 마냥 흐뭇해진다. 
 
배달음식 문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먹방에 침을 흘리고 맛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먹거리는 내손으로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알기에 주방이란 공간과 기구들도 덩달아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도 인다. 누구나 공감하는 마음이겠지만 ‘누군가에게 밥 차려주고 싶다는 마음만큼 절실하고, 소중한 게 또 있을까, 별 거 아닌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손길이 분주하다’는 <밥시>라는 책의 리뷰를 보면서 음식이 주는 힐링(healing)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 
 
무의 맛이 점점 달큰한 계절이다. 커다란 무 한 개를 나눠 생채를 하고, 무밥을 지어 달래장에 비벼먹었다. 그러고도 남는 것으로는 들기름에 볶았다. 하나의 재료로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어 나는 이미 최상의 기쁨을 낚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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