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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괜찮아!”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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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4  11: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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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철원에서 군복무 중에 있는 아들이 아마 네 살쯤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는 인천 어느 빌라 4층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는 옷장에 넣어놓았던 만 원짜리 몇 십장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아내는 어린 아들에게 혹시 이런 돈을 보았느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옥상에 올라가서 종이를 밑으로 뿌리며 놀았다고 말했다. 이런 종이를 뿌리며 놀았냐고 하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의 가치를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가 돈을 그저 종이쪼가리 정도로 알고 뿌리며 장난을 친 것이라고 아내는 생각했다. 아내는 화가 나서 왜 그랬냐고 아들의 볼기짝을 때렸고, 아들은 엄마가 많이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들은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울면서 빌었다. 표정이 굳어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엄마를 쫓아 다니며 사정했다. 
 
내가 집에 돌아와 본 모습은 아이가 엄마를 따라다니며 울며 비는 장면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아내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줬다. 없는 살림에 20여만 원의 돈을 그야말로 휴지조각처럼 버려버린 것이 아내는 너무 속상했을 터이다. 
 
나는 생각했다. 아직 나이가 어렸지만 평상시 아들의 총명함을 볼 때 그런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아내에게 샅샅이 잘 찾아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 몰라 확인차원에서 옷 서랍 여기저기를 찬찬히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랍 옷들 사이에 숨겨진 돈을 찾아냈다. 
 
결국 이 사건은 하루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들은 정말로 종이들을 가지고 가서 옥상에서 아래로 뿌리며 놀았던 것이다. 아들을 불러서 왜 그렇게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울면서 사정했느냐고 물었다. 자기가 한 일도 아니면서 말이다. 엄마가 많이 화가 나서 그랬단다. 그동안 그렇게 환한 미소로 늘 감싸주던 엄마와는 달리 화가 난 엄마의 모습이 아들에게는 무서웠던 것이다. 
 
아들은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엄마가 화났고 자기를 쳐다봐 주지 않는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아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아이에게라도 어른이 잘못 했다면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내는 아들에게 엄마가 잘 모르고 혼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때 아들은 제 엄마를 안고 토닥이면서 아주 흔쾌하게 말했다. “엄마, 괜찮아!” 
 
아들의 용서는 너무 따뜻했다.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그때의 광경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비록 어린 아들이 어른을 용서하는 장면이었지만 나에겐 큰 감동이었다. 우리는 상대방을 용서한다고 하지만 마음 깊은 따뜻한 용서가 아닐 때가 있다. “내가 이번에는 그냥 참고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걸리기만 해봐. 그땐 가만 안 둬!”하는 복수의 유예를 용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작은 실수에도 민감한 우리에게 진심어린 이런 말의 연습이 필요하다. “괜찮아”, “다 이해해”,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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