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덕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예정되었던 초등학교4(고덕신도시 내 4번째 초교, 이하 초4)의 설립이 지연된 것에 이어, 종합운동장 이전 계획이 논의되는 등 기존 신도시 구상과는 다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일풍경채 입주자대표위원회’와 ‘신안인스빌 입주예정자 협의회’ 등 일부 입주민 단체가 지난 6월 “초4 설립 및 안전통학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유관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초4 설립 지연으로 인한 위험한 등교
지난달 23일 비대위 측에 따르면, 현재 종덕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61% 이상이 제일풍경채와 신안인스빌에서 통학하고 있다.
 
그러나 풍경채와 신안에서 종덕초등학교로 통학하기 위해서는 왕복 10차선에 이르는 고덕국제대로를 횡단해야 하는 만큼, 초등생 자녀를 둔 입주민들이 자녀의 안전 통학을 위한 방안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계획상에는 제일풍경채와 신안인스빌 사이에 따로 초등학교(초4)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초4의 설립이 지연되면서 학생들이 종덕초등학교로 통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알파탄약고의 이전이 연기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알려졌다.
 
고덕신도시 3-2공구 일원에 위치한 알파탄약고는 주한 미공군 군사시설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해 ‘군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알파탄약고 인근에는 건물의 신축 등이 제한된다.
 
평택시는 고덕신도시 개발을 위해 알파탄약고를 서탄면 황구지리로 이전시키고자 계획했지만, 2017년부터 2018년, 그리고 2020년까지 이전이 연기되더니, 현재는 이전 계획이 ‘미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알파탄약고 이전 지연으로 인해 A15, A24, A25 등 군사보호 구역에 포함된 블록에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학교(초4) 설립을 위해서는 해당 구역에 4,000~6,000세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풍경채와 신안만으로는 1,600세대 남짓 되기 때문에 초4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은 인근 다른 블록의 세대 수를 끌어와 연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초4와 관련해서는 현재 정부 국무조정실에서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 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초4가 통과될 확률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올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통과하더라도 2023년 9월에 가서야 초4가 설립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학생들의 안전 통학과 관련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는 ▲안전육교 설치 ▲사거리 사방 신호등 설치(육교 제한 시) ▲고덕국제대로에 어린이 보호구역 2곳 지정 ▲과속 및 신호위반, 우회전 전용 단속카메라 설치 등의 요구사항을 주장했다.
그러나 시와 LH는 비대위의 요구사항을 바로 수락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10차선 도로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30km 속도제한을 거는 것은 교통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풍경채와 신안의 경우 이미 예정된 학교 부지가 있는 만큼, 이후 초4가 설립되면 다시 어린이 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LH 관계자는 “육교 설립과 감시카메라 설치 등을 LH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어, 지속적으로 유관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위험한 통학을 반복하고 있는데, 정작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시와 평택경찰서는 ‘비대위 측 요구사항’의 대안으로 “학생들이 이용하는 횡단보도 위치를 국제대로 사거리 우회전 차로에서 10~15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조정해 사고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 최초 계획상에 존재했던 종합운동장은 어디로?
평택시와 LH 등에 따르면, LH가 ‘고덕국제신도시 최초 개발계획’을 수립했을 당시(2008. 5) 고덕신도시에 종합운동장이 들어서기로 계획돼 있었다.
 
최초에는 123,387㎡(약 3만 7천평)의 부지로 예정됐으며, 이후 시에서 1980년대 조성된 소사벌레포츠타운(149,002㎡)보다 규모가 작은 것을 이유로 최소 6만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재 133,767㎡(약 4만평)의 부지만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와중에 시가 종합운동장 부지를 타 지역으로 이전하려고 계획했던 것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고덕신도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도 없었던 점을 들어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총무국 체육진흥과-14928(’19.11.15)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 현황보고’에서 종합운동장을 오성면 안화리 106-2번지로 이전하여 조성하려고 했던 정황이 발견됐다.
 
다만, 오성면 이전 계획은 별도의 용역 없이 체육진흥과에서 추진한 것이기 때문에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신도시에 확보된 운동장 부지는 인근 천안시(약 14만평), 화성시(약 8만평), 수원시(약 5만평)에 비해 작기 때문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또한 신도시에 종합운동장을 조성하더라도 조성원가(평당 500만 원)로만 2,000억 원이 드는 만큼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종합운동장 부지를 넓히면 조성원가가 높아져서 안 된다고 말할 것이고, 종합운동장 부지를 줄이면 크기가 작아 안 된다고 말할 테니 결국 고덕에는 종합운동장을 안 만들겠다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성면에는 화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는데, 화력발전소 불과 2~3km 떨어진 곳에 종합운동장을 조성하려고 했다. 이러한 평택시의 졸속 행정을 보고 있자니, 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종합운동장 설립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현재 타당성 조사용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고덕신도시 내 부지가 종합운동장용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명될 경우 입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4만평 중 1만평의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여 게이트볼 등 생활 체육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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