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혼자 군산을 다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카페에 앉을 수도 없어 기차에 몸을 의탁하기로 하고 역으로 향했다. 물과 카스테라를 크로스백에 넣고 자유로운 나의 두 손과 두 발을 위해 집 밖을 나가니 가을 햇볕도 환하니 지금이 내 세상이구나!
여기에서 나는 이방인이 되어 군산 기차길과 경찰서 앞을 지나 걸었다. 메밀 비빔면을 먹고 군산 시외버스터미널 상가 신문 판매대에서 ‘시’가 눈에 띄어 신문을 샀다.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이름으로 나온 시집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 69편을 담아 소개하는 기사였다.
“꿈을 낳으려고 노동의 감옥에 갇혔지만 그들은 시를 짓고, 모여 낭송하고, 시집을 묶었다”고 시를 소개한다. 
기계와 함께 소음의 작동으로 외국인과 현장 근무하는 노동자인 나는 거리에서 이 시를 읽으며 그대로 공감이 되어 한참이나 울렁거렸다.
시를 이렇게 잘 쓰는 이들은  이주노동자를 넘어 시인들이다. 너나 구분 없이 지구라는 파란별에 박혀 앓는 생명붙이들! 당신이 이렇게 아프면 별도 아프다. 
서로즈는 이주 노동자 네팔 사람이다.
지금은 떠나 네팔로 돌아갔지만, 한국에서 고용되어 일하며 고된 노동현장에서 맞닥뜨린 절망을 시로 썼다.  
 
- 기계 -
 
사람이 만든 기계와 
기계가 만든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다가
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
.....
이 기계의 도시에서 기계와 같이 놀다가
 어느 사이 나도 기계가 되어버렸구나!
 
- 서로즈의 시‘기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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