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서 116일째 농성을 벌여오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문기주(54) 전 정비 지회장이 지난 15일 건강 상태가 악화돼 서울 소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요청으로 긴급히 현장을 방문한 인도 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홍승권 (가정의학과), 김대희(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오후 2시께 철탑에 올라 한 시간 가량 진료와 설득을 한 결과, 철탑 농성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병원 치료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다.

의료진의 진료 결과에 따르면, 문 전지회장은 좌측 어깨 충돌증후군과 극상단 인대 부분 파열증을 보여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이며, 극심한 불면증은 물론 고혈압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지회장은 링거를 맞으며 쌍용차 지부장과 동료들로부터 부축을 받으며, 초췌한 모습으로 내려왔지만 시선은 계속적으로 철탑 위를 향했다. 긴급히 마련된 응급차로 이송된 문 전지회장은 “뭔가를 결단해야 하는데 나만 내려와 가슴이 아프다”며 “쌍용차의 잘못된 상황들을 국정조사를 통해 꼭 밝혀야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남은 동지들이 몸 건강히 내려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 농성을 해온 한상균(52) 전 쌍용차지부장과 복기성(37)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 등 2명도 의료진 이 내려올 것을 설득했으나,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민주통합당 은수미, 홍영표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해 남은 두 명에게 철탑에서 내려올 것을 설득 했으나 농성 지속의지를 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지부장은 기립성저혈압 증세,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은 좌측 허리 디스크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 석부지부장은 문 전지회장의 몸이 좋지 않다는 상황을 전달받고 심각 하다고 판단, 치료를 받게 하기로 결정했다며 살고자하는 투쟁에 건강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나머지 두 명도 건강 상태가 썩 좋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곳에 있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후유증으로 걱정 된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견디라고는 못하겠으나 투쟁의지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문 전 지회장등 쌍용자동 차 해고노동자 3명은 지난해 11월 20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인근 철탑에 올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고공 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15만4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30m 높이 송전철탑의 좁은 공간에서 지난 겨울 오랫동안 머물면서 세 명 모두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농성 55일째(1월 11일)와 99일째(2월 26일) 되는날 진료를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