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흥 논설위원
   ▲문석흥 논설위원

며칠 전, TV뉴스에서 학생들의 학교급식 현장 실태를 보았다. 급식 내용이 입맛에 맞지 않아 대부분 학생들이 남겨서 잔반통에 그냥 쏟아 버리는 것이다. 기자가 실제로 두 가지 차림의 식판을 들고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물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학교급식 차림이고 다른 하나는 패스트푸드류가 함께 있는 차림이었는데 학생들은 후자를 좋다고 했다.

영양교사의 말로는 4천원의 한정된 돈으로 나름대로 영양가를 계산해서 차린 식단인데 학생들은 자기들의 입맛에만 맞추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식생활 문화가 바뀌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변해가는 시대 흐름 속에서 빠 르고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소위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이미 가공된 식품을 조리 없이 직접 먹거나 기름에 튀기거나 구어서 간단히 조리해서 먹는 간편한 음식이다. 식품에 첨가물이 많이 혼합되어 맛이 있다. 주로 햄버거,피자, 튀김 닭, 라면, 햄, 소시지, 빵, 콜라등이 이에 속하며 빠르게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단점이 있다면 오래 먹다 보면 영양의 불균 형으로 비만과 여러 가지 성인병 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전통음식은 슬로우후드라고나 할까? 조리해서 먹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달고 고소하기보다는 짜고 맵고 신 자극적인 맛이다.

그리고 아무데서나 간편하게 먹기가 쉽지 않다. 재료는 주로 곡물과 수산물, 채소류, 젓갈, 장류(간장 된장 고추 장),등이며 음식도 밥, 김치, 나물, 국, 찌개 등 다양한 종류의 차림이다. 그러나 재료가 가공물이 아니며 제조법이 찌거나 삶거나 끈임으로 해서 완전히 익혀 먹는다는 점, 비만이나 성인병, 환경병 오염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장·노년층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음식을 먹어왔기에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이 아무리 맛이 있고 먹기에 빠르고 간편해도 좀처럼 입맛을 바꾸기가 어렵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이 시대에 태어나 일찍이 달고 고소하고 아무데서나 쉽고 간편하고 또 저렴하게 구해 먹을 수 있는 패스트후드나 인스턴트식품에 입맛이 들어 있는데 좀처럼 우리의 전통 음식이 입맛에 당기겠는가.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은 농촌 지역 초등학교부터 시작했는데 그 때가 지급부터 30년 전 쯤 된다. 그 이전에는 각자 집에서 도시 락을 싸가지고 와서 먹어야 했다. 그 시절에는 1천불 소득을 목표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을흘리던 시절이었으니 감히 학교급식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던가.

식량 절약을 위해 혼분식 장려를 강행했고 심지어는 암행 검열관들이 예고 없이 점심시간에 학교에 나타나 교실에서 도시락 검열을 했던 시절이었다. 입맛이 있고 없고 따질 여유가 어디 있나, 잡곡밥이든 보리밥이든 배불리 먹을 수만 있으면 만족했던 시절이었다.

청소년, 학생들이 우리식 밥상 음식보다 패스트푸드 같은 가공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가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 대국의 대열에 들어서 생활이 풍족해 지다 보니 입맛도 고급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패스트푸드의 장점과 우리의 전통 음식의 장점을 혼합한 새로운 급식 방법을 개발할 수는 없는지? 학생들이 식판을 깨끗이 비우지도 않은 채 아까운 음식을 남겨 잔반통에 쏟아 붓는 것을 보면서 지난 날 없어 못 먹던 시절을 생각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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