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 별들이 모두 내 백성 같기만 하구나!”

 
이 말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나오는 세종의 대사이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반짝이며 쏟아지는 무수한 별들을 보았다. 글을 배우던 유년에 엄마의 손이 나의 손등에 얹혀 또박또박 쓰며 벽에 붙이던 글자들이 하늘에 별로 떠서 박혀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주 휴일에는 겨울비가 온종일 내렸다. 집안일을 정돈하고 집을 나와 우산을 쓰고 걷다가 영화가 보고 싶어 혼자 극장에 들어갔다. 
 
세종 24년 이천 행궁으로 행차하던 도중이었다. 세종이 타고 가던 가마가 부러지는 바람에 가마를 만든 장영실이 투옥 파면된다. 장영실은 노비 신분을 벗고 발탁되어 혼천의와 자격루를 발명한 조선의 과학기술자다. 자격루는 기구의 생생한 모습과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를 상세하게 담아 보여주었다. 장영실과 세종의 업적보다 엄청난 신분을 뛰어넘어 특별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의 내밀한 심정의 묘사를 다루었다. 
 
장마가 지는 여름밤, 별을 볼 수 없을 때에 왕이 거처하는 대전 문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북두칠성을 내고 밖에서는 내시에게 불을 밝히게 했다. 창호지에 뜬 북두칠성과 이웃별들의 빛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두 사람! 순간, 세종과 장영실과 내가 시공을 넘어 함께 있다는 벅찬 느낌이 있었다. 
 
나는 영화의 줄거리보다 세종의 대사에서 백성을 위하는 큰 생각에 울림을 받았다.  장영실의 서랍에서 나온 목판에 한글로 새겨진 이름 ‘이도’는 다시 태어나는 사랑이었다. 백성들의 의사표현과 이해를 위해
정음을 만들어 세상에 널리 퍼뜨려 사용하고자 하는 우주적 사명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앞면에는 세종대왕 뒷면에는 혼천의가 담겨있는 돈 만원권이 있다. 사람의 소리글자에는 하늘에 닿을 수 있는 미묘한 정신이 담겨있다고 본다.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백성이 글로써 일러
말하고 싶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이 씀에 있어 편안하게
하고자 하노라.
 
- <훈민정음> 서문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