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남동생의 집들이가 있었다. 두루두루 모든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나와 매형이 다 모였다. 

 
나이와 상관없이 삶이 주는 어려움은 누구나 있다. 물질이든 정신이든 생활을 이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은 본인의 몫이다. 피시방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동생은 영업 어려움으로 많은 손실을 보고 어렵게 가게를 처분했다.
가게임대월세, 피시 사양 업그레이드, 장비와 인터넷 요금, 그리고 혼자 아이 둘을 양육하면서 누나들에게 한 번도 힘겨움 내비치지 않고 해결해왔다. 왕래가 없으니 속사정도 모른 채 무심한 세월을 보내고 만나는 가족화합의 장이 열리는 소중한 순간이다.
 
월세를 탈출해 전세로 진입하는 동생의 아파트 현관 신발이 가득하다. 이렇게 가족이 다모여 자신을 공개하는 일은 그의 일생 처음일 것이다. 비록 하청이지만 사십대 후반 늦은 나이 그래도 괜찮은 직장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피시방 어두침침한 불빛아래 기계소음과 더불어 알바생 무단결근으로 밤샘 근무하고 돌아오는 동생의 몰골은 칙칙한 색조의 일탈이었다. 옆에서 몇 년을 살다 월세를 벗고 떠난 빈자리가 허전하지만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지금의 현실은 고난이 복합된 퇴행의 시간이다. 노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흥겨움도 조심해야 할 시대다. 굵직한 짜임새가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다. 어제 잘나갔던 사람, 어제 번성했던 가게도 운의 끝자락에 오고 말았다. 하루하루 사는 일이 존엄하다. ‘경쟁’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평온하고 건강하게 사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에 충실하자. 
 
‘슬픔의 새가 머리 위로 날아오는 것을 당신이 막을 수는 없지만, 머리 위에 둥지를 틀지 못 하도록 당신이 막을 수는 있다.’
<먼짓길 인생에 장자를 만나다>
 
어려운 일들과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쉽게 힘을 잃고 좌절의 의자에 풀썩 주저앉는다. 이 책에서 ‘주어진 각자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며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 핵심이라 말한다. 
 
거실에 웃음소리가 꽉 차다. 나이를 먹어 허리 구부정한 언니가 있고, 관절통과 무릎 연골이 닳아 수술한 언니도 있다. 하나밖에 없는 곤궁한 남동생 하나가 늘 걸렸을 터, 모두 사는 일이 그러하니 달리 내색을 않고 살아와 표현이 무디었다. 머리 위에 둥지 틀지 못 하도록 잘 날려 보낸 슬픔의 새, 저 허공에서 자유롭다. 앞으로 ‘불행 끝 행복시작’이 확실하니 환히 웃음을 클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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