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한 장맛비가 지긋지긋한 악마의 성격을 가진 요괴비로 변해가고 있다. 이젠 좀 그쳐도 될 텐데 하는 우리들의 소소한 희망을 밟아 버리기라도 할 듯이 막무가내로 쏟아지고 있다. 분명히 비는 우리인간과의 인연이 필수이기는 하나 지나친 경우 악연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이제 인연의 관계를 초월하여 여름의 적군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 맞으리라 생각 해 본다. 그러나 자연에 비가 없다면 우리 인류는 물론 모든 동식물의 생태가 위험해 진다. 그러니 또한 비를 내리게 해주는 자연현상은 분명 은인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은인과 인연사이에서 공생하는 것 이다.
 
인간과 은인 관계인 자연도 적절한 시기에 비의 양을 조절 할 것을 나는 믿는다.
 
이처럼 오묘한 자연의 진리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류의 내일은 늘 봄비처럼 촉촉하게 마련이고, 그 은혜에 보답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안겨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린 서로가 은인이요 필연적 인연관계로 얽혀 살아가고 있다. 은인과 인연 중에 어느 것이 먼저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연이 먼저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내온 환경과 조건이 모두 다르듯이 서로의 인연을 맺기란 참으로 흔한 것 같지만 요원하고도 난해한 공식이다.
 
그럼에도 우린 수많은 인연들과 어울려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인연의 공식은 무엇이고 또 그 해답은 무엇일까 또 한 번 생각해 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아무런 연관이 없다가도 우연히 닥치게 되는 인연도 있다. 
 
억겁의 인연이 쌓여야 만난다는 부부의 인연도 때로는 악연이 되기도 하는 것을 흔히 본적이 있다. 또한 타인과의 악연 관계인 사람이 내겐 비할 수 없는 인연이 되기도 하는 세상 이다.  
 
그렇지만, 인연이 되어 만났다 하더라도 모두가 은인관계로 귀결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참으로 복잡하고도 다난한 관계가 우리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미묘한 공식 중에도 서로의 해답을 구해가며 살아가는 능력이 있다. 서로에게 감사하며 내게 온 행복도 그 누군가의 은혜로 기인되었음을 막연히 생각 하면서 또 누군가에게 선량한 은혜를 베풀려는 마음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이다.
 
그러기에 인간사회는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비처럼 내리는 것 이라 생각 해 본다. 긴 비가 내리는 날 처마 끝에 앉아 지나간 인연들과 다가올 인연들을 헤아려 본다. 지금까지 참으로 많은 소중한 인연들과 어울려 살고 있었구나 생각 했다.
 
앞으로도 또한 소중한 인연들과 만나며 살아가겠구나 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려면 지난날보다 더 신중한 마음으로 남에게 은인 같은 존재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지금까지 다가왔던 인연들 보다 더욱 더 귀중한 인연들을 이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서로를 은인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참 인연의 세계를 살아가는 공식이요 해답이 아닐까 생각 한다.
 
장마의 끝자락에 다가올 쾌청한 가을 하늘처럼 해맑은 인연들을 위해 가슴을 활짝 열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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