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편집인
   ▲이상배  편집인
지난 2011년 10월 7일 평택항 국제여객부두에 일본 국적의 소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했다. 크루즈선박은 중국으로 해외 연수에 나서는 대기업 직원들을 태우고 다음날 출항했다.

평택항을 이용한 크루즈 선박은 'MV. FUJI MARU(후지마루) 호'이며 총 t수 2만3천235t에 승객 정원은 600여명 규모다. 후지마루호는 8일 STX 그룹 신입사원 및 임직원 484명을 태우고 중국으로 향했다.

평택~칭다오~웨이하이~톈진~다롄~ 톈진~웨이하이~칭다오~평택을 돌아오는 코스다. 이들은 17 일까지 수원화성과 한국민속촌, 이천 도예촌 등을 둘러본 뒤 다시 고베항으로 출항했다.

교토에서 온 일본인 관광객은 평택항 첫 크루즈 입항 기념으로 선상에서 펼쳐진 평택농악 공연을 지켜보고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농악을 처음 보고 놀랐다” 고 말했다. 그러나 평택에서는 선상에서 펼쳐진 평택농악 공연을 지켜본 것이 고작이었다. 그동안 국내외 항만·해운업계는 평택항의 크루즈 선박 입출항의 인프라 부족, 즐기고 쉴 만한 휴식 레저시설과 숙박시설 부족, 선석 이용 스케줄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평택항 이용을 꺼려왔다.

이에 중·대형 크루즈 선박 유치를 위해 현재 동부두 내항에 건설 예정인 신 국제여객부두를 푼툰(2기) 방식이 아닌 안벽 스타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푼툰방식의 부두로는 7만~8만t급 중·대형 크루즈(길이 270m) 접안이 어렵기 때문이다 . 푼툰식 2기를 안벽식 부두(길이 300m 이상) 1선석과 푼툰식 1 기로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1년 12월 28일 서정호 경기평택항만공사 전사장도 “선석이 2개 밖에 없는데 카페리 선박은 4척이나 이용하고 있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연안운송을 하고 있는 제주도 선박은 여객부두가 아닌 화물부두에 접안하고 있으며, 여행객과 무역상인은 협소한 국제여객터미널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한다고 해도 그들을 붙잡을 만한 ‘즐기고 쉴만한 휴식 레저 시설’,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동북아 관문인 평택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이유없는 홀 대에 가깝고, 물류와 여객 모두 국내 최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에 걸맞는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인천항과 부산항에 대한 대우는 남다르다. 두 항만에 수천억원을 정부 재정사업으로 투자하고 있 다. 카페리 산업이 크루즈 관광 확대로 사양화되는 추세에서, 크루즈 전용부두 없는 여객부두 건설계획은 '속빈 강정'과도 같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크루즈가 접안 할 수 있는 항은 부산과 제주도, 인천항은 잡화부두인 1부두다. 그런데 오는 2015년까지 아시아 크루즈 시장이 연간 185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다른 항들의 크루즈 유치 열기는 뜨거운 상태다.

하지만 전국토해양부가 계획한 평택항 국제여객부두 신설계획에는 크루즈 전용부두가 빠져 있다. 결국 평택항은 신규 계획에서조차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한 셈이다.

크루즈 유치가 가장 활발한 부산항의 경우 중국 국경절 기간에만 1만명 가까운 중국인 여행객이 크루즈를 통해 부산항을 찾고 있고, 제주항의 경우, 연간 30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을 기대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도 고급화되는 중국 관광객의 특성 변화와 아시아 전체로 넓어지는 대형 선사의 신규 크루즈 노선을 확보하고 싶다면 평택항도 신규 부두 건설시 이를 반영해야 하며, 이것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조언하는 것에 우리의 가슴은 더더욱 답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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