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 때에야 겨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타인의 침방울을 피하여 ‘숨’ 구멍을 가린다.  코와 입을 가리고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이제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비말 차단 마스크! 외부를 차단하며 나와 너의 내면을 살리는 가면인가! 친구의 말보다 침방울을 먼저 보게 된다. 내게서 나간 침방울은 더 이상 튀어 흩어지지 않는다. 나간 침방울은 도로 내 마스크에 흡수된다.
말 수도 줄어 짧은 문장만 나온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차단과 가깝지 않은 거리를 뜻한다.  
 
이제는 눈빛이다. 말보다 눈동자가 더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의 지금 상태가 눈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충혈된 눈, 잔잔한 눈, 화가 난 눈, 우울한 눈, 멍한 눈, 놀란 눈, 아픈 눈, 말 못하는 눈.
내가 알던 시인은 원주 토지문학관에 ‘눈동자’의 그림을 전시하였는데 그때 받은 파란 색감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살아있다는 것은 바라보는 일이다’ 라고 표현하였다. 처음 읽는 짧은 언어가 오랫동안 나를 숨 쉬게 한다. 
 
나는 마스크수집가가 되었다. 면마스크 얼굴가리개 인견마스크 덴탈마스크 연예인마스크 패션마스크 꽃무늬마스크를 눈에 보이는 대로 모은다. 솜씨 있는 내 친구는 다양한 색감의 면 마스크를 손수 깁어 팔거나 선물하는 수준이다.  
 
보름째 장마비가 내린다.
낮보다 밤에 집중해서 쏟아진다. 
어제 퇴근길에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맞았다.
코와 입을 가리고 우산도 없이.
 
나는 나무처럼 고양이처럼 바라본다. 
말을 잊어버린 바이러스를 소나기를. 
 
지난주 삶의향기 제목‘걸음 걸이를 쓰다’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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