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용죽지구 내에 조성된 ‘용이·죽백 역사공원(이하 용죽역사공원)’이 공원 내 편의시설 부재와 관리 미흡으로 인근 주민들로부터 ‘흉물’ 취급을 받고 있다. 

 
더욱이 공원의 메인 테마인 환호(취락을 보호하기 위한 도랑) 유적이 빗물이 고인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17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용죽역사공원은 용죽지구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유적으로,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한 유적들이 발굴된 복합유적지다.
 
당시 발굴된 수많은 유적 중 특히 청동기 시대 환호 유적이 부각되었는데, 일반적인 환호 유적이 취락을 보호하기 위해 넓게 형성되는 것과 달리, 해당 공원의 환호는 산 정상에 작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제사·종교용 환호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따라 발굴을 진행한 ‘평택 용죽지구 도시개발 사업 조합’은 해당 환호 유적을 중심으로 하여 역사공원을 조성했고, 조성 이후에는 평택시로 공원을 이관했다.

그러나 현재 용죽역사공원은 휴게시설 부족과 청동기 유적의 관리 미흡으로, 역사적으로도, 공원으로도 시민들의 니즈(needs)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36,140㎡에 이르는 넓은 부지 중 도로 및 광장(6,813㎡)을 제외하고는 정자 2개와 몇 개의 의자만 있을 뿐, 식목(植木)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민둥산’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으며, 청동기 주거지 및 환호 유적 역시 천장 외에 마땅한 보호시설이 없어 빗물이 고인 채 장마기간 내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근 안성시 ‘만정리 유적공원’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유적을 전면 유리로 감싸 보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평택시 공원과와 문화예술과는 용죽역사공원에 대해 추가적인 설치 및 보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원과 담당자는 “역사 공원은 우리가 조성한 것이 아니라 인수 받은 것”이라며, “파손되거나 민원이 들어온 사항에 대해서는 바로 처리하지만,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유적보호 설비 설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문화예술과 담당자 역시 “환호 유적이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맞으나, ‘보존조치유적’으로만 지정됐을 뿐 향토문화재도 아니기 때문에 예산 집행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적의 경우 흙을 덧댄 후 경화처리했기 때문에 공원에 나와 있는 것은 사실상 모형에 가깝다, 진짜 유적은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민 이모씨(41)는 “공원이 흉물스럽다”며 “나름대로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장마철에는 유적 내부 고인물에 해충이 번식하거나, 물이 썩어 냄새도 날 텐데, 이건 고고학적으로도, 공원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용죽역사공원에서 발굴된 환호 유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마을에 제사장 등 권력자가 존재했을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이 마을이 지역 중심 마을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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