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통복 시장은 5일마다 장이 선다. 오일장은 닷새마다 서는 시장이다. 시장이란 개념을 잘 모른 채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평택으로 이사를 왔다. 그림으로 그리라고 해도 눈감고 그릴 수 있는 선연한 평택역과 지금은 기억 속 연혁이 되어버린 통복시장 육교, 말하지 않아도 지난한 그림자들이 추억하면 할수록 생생하게 돌출한다.

 
시장은 나를 성장시킨 일기장과 같다. 시장에 터를 잡아서 먹고 사는 일은 초라한 좌판에 각종 나물과 야채를 팔아 최소의 행복을 유지하는 갸륵한 일이었다. 엄마와 언니들도 일찍이 장사에 뛰어들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날 팔릴 채소를 매만지고 다듬어 늦은 저녁까지 남아 시들은 야채처럼 고단해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은 왠지 행복해 보였다. ‘사는 게 이런 거지’라며 순박한 삶의 계율을 터득한 가난한 시대를 사는 삶의 정석이었다. 
 
바람과 눈의 덮개가 없어 춥고 서글펐던 시장에 지붕 아케이드 공사를 하면서 시장은 산뜻하고 편리하게 변모했다. 고객센터가 생겨 불편한 요소들을 듣고, 쉬어가기도하는 쉼터이다. 상거래 의식도 건전하게 변하고 상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체험 탐방, 전통시장 활성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두 언니 또한 시장에서 삼십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 평생 놀 줄 모르고 일하며 사는 것이 어쩌면 삶의 놀이가 된 것은 아닌지 쉽게 손을 놓지 못 하는 그들의 손을 보듬어 사랑한다는 향기를 전한다.  
 
오랜만에 시장을 갔다. 한산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오일장날이라 붐비는 상가도 보였다. 가지, 호박, 호박잎, 고구마줄기를 사고 만 원짜리 바지를 샀다. 덤으로 올린 상인의 미소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중앙에 위치한 언니의 노점에도 오랜 단골손님이 몰린다. 시장은 대형마트와는 다른 소박한 밀당이 있다. 밑진다면서 한웅 큼 집어주는 ‘아름다운 정’이란 것이다. 정가란 단위와 가격으로 움직이는 마트에서 장보기에 익숙하면서도 무언가 그 정이 그리운 것은 시장에서 자란 내 감성 때문이 아닐까. 
 
시장에는 ‘청년숲’이 있다. 소상공인 그들이 운영하는 거리도 시끌벅적 하는 날이 오기를 침체된 길을 지나오며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기를 응원해본다.
짧은 몇 행의 문장으로 섬세하고 강한 인식을 주는 나태주 시인의 “시장길“이란 시를 함께 감상해보자. 
 
모처럼 시장에 가 보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비릿비릿한 내음새,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와 소리들,
별로 살 물건 없는 날도
그 소리와 냄새 좋아
시장길 기웃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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