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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이야기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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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1  1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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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몇 개를 얻었다. 양파와 가지, 고추가 덤으로 왔다. 식감을 느끼도록 굵게 채를 썰어 고추와 양파를 넣고 들기름을 둘러 호박전을 부쳤다. 채반에 부쳐 놓으니 전에 관한 어릴 적 기억이 돋아난다.

 
경상도에서는 전을 적이라 불렀다. 제사가 있는 날이거나 명절전날이면 정지(부엌의 경상도 방언)에서 무쇠솥뚜껑을 뒤집어 엄마는 전을 부치셨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종일 맡는 배부른 날이었다. 나무를 엮어 만든 채반에 넓적한 푸른잎 배추적이 자리를 잡으면 정구지(부추의 방언)적과 미나리적, 동그란 무적, 고구마적이 차례대로 오른다. 밖에서 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는 따로 담아둔 배추적을 손으로 죽죽 찢어 입에 얼른 넣어 주셨다. 그 절묘한 적 맛은 날 것의 온기를 기억하는 회상의 시간 속에 따뜻하게 살아있다.
 
상주 복룡읍에 살 때이다. 겨울밤 동생과 나는 엄마의 흰머리를 열심히 뽑았다. 검은머리를 들치며 뽑은 흰머리가 제법 쌓이면 엄마는 전기도 없던 부엌에서 밀가루만 개어 동그랗고 두터운 전을 부쳐 오셨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베어 먹던 밀가루적,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엄마와 함께 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먹을 게 없던 긴 겨울밤 엄마표 또 다른 간식은 왕겨 속에 묻어둔 무를 숟가락으로 긁어 먹는 것이었는데 그 무의 맛은 설탕을 친 듯 매우 달짝지근했다. 간혹 단술이나 동치미, 조청을 발라 만든 강정, 군고구마가 있는 날이면 우리들의 추임새는 더욱 신이 났다.
 
애호박전이 채반에 가득하다. 층층마다 동생과 늙은 언니와 조카부부가 산다. 갓 부친 전을 건네니 모두 행복 미소를 짓는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온다. 전 하나로 모두가 사랑과 가족애를 느낀 하루, 작지만 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지금 차고 넘치는 기쁨이 무엇인가 했더니 그건 바로 행복이란 감정이었다.
 
“행복은 소유보다는 공유에 있다. 생계는 취하는 걸로, 인생은 주는 걸로 이루어진다”는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명언이 있다. 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엄마와 가진 어린시절추억을 물어오고, 가족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행복 합니다’라고 자꾸 주문을 외며 참살이를 실천하는 행복 배달원이 되고 싶다.
 
행복은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성취될 수 있는가? 행복에 관한 질문이 있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마음의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일 행복한 습관을 갖도록 하십시오.” 자기계발 전문가인 노먼 빈센트 필의 행복에 관한 명언을 생각하며 행복이란 악보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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