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신문
오피니언평안오피니언
공존의 이유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  |  pa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6.17  13:19: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우리 지역에서 가까운 안성시 양성면에 가면 조병화문학관이 있다. 여러 번 그곳을 지나치면서 한번은 가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까지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조병화 시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손꼽으라면 단연코 ‘공존의 이유’가 될 것이다.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1960년대의 작품임에도 여전히 시를 읽는 맛이 있다. 이 시를 처음 접했던 청소년, 그리고 대학생 시절, 문학적으로 멋스런 표현들에 심취했던 그 때의 정서에도 잘 맞았다. 
 
그러면서 가끔씩은 이 시를 자신에게 투영하면서 나와 너, 나와 우리의 인간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조병화시인의 ‘공존의 이유’에 나온 시어들은 ‘반어적’(反語的)이다. 관계에서의 실망의 경험일 수도 있고, 내 입장에서의 관계에 대한 집착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시에서 오히려 깊이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진다. 비대면(언택트)의 시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각종 메신저와 유튜브를 통한 간접적인 관계들이 낯설지 않은 이 시대에, 왠지 다시 한번 공존의 이유의 시어들은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누구를 만나서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친근하게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 어딘가 부담스럽기까지 한 괴이한 시대이다. 해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이던 가족수련회를 포함하여 그간 진행해 오던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다.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그러려고 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우리로 그렇게 가벼운 인간관계로 내몰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 가도 재미가 없다고 한다. 한 주는 학교에 가고, 한 주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격주로 가는 학교이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도 아이들과 놀 수가 없단다.
 
학창시절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이유는 물론 공부도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서이다. 코로나사태로 개학이 연기되어 오랫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자, 평소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 입에서 학교가고 싶다는 말이 나온 것도 공부가 아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학교에 가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가까이 접촉하는 일체의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럴려면 왜 학교에 가는지 모르겠다는 아들의 푸념이 이해가 간다. 
 
아무리 비대면의 문화가 발달하고, 더구나 지금과 같이 감염병의 위기를 만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는 관계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공존의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하루빨리 이 감염병의 사태가 진정되고 서로 만나서 마음껏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평안신문 선정‘ 2022 평택·안성 ’10대 뉴스
2
평택·안성, 강남 직행좌석버스 노선 신설된다!
3
2023년 알아두면 좋은 바뀌는 제도 Ⅰ
4
정장선 평택시장
5
지방정치를 좀먹는 정당정치
6
임인년(壬寅年), 한 해를 마무리하며
7
안성시, 여소야대 시의회와 첨예한 대립
8
계묘년(癸卯年), 높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길
9
수원지검 평택지청·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청소년 범죄예방 한마음 대회 및 예술 발표회’진행
10
평택항, “항만경쟁력 지켰다”
신문사소개윤리강령편집규약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평택시 비전5로 35, 501호(비전동) (주)평안신문  |  대표전화 : 031-692-5577  |  팩스 : 031-692-5579  |  대표메일 : pa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00922  |  발행인 : 심순봉  |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 이성관
Copyright © 2011 평안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