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찍은 낙관이 있다. 반짝이는 작은 은별이 콕콕 박힌 밤하늘을 보면서 푸른 풀잎의 냄새와 물소리를 듣는다.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제목의 코넬 울리치 책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오싹한 공포를 기묘한 긴장감과 죽음을 예언하는 예언자와 “검은, 어두움 혹은 우울한”이야기가 마법처럼 조여지는 궁금 유발 가득한 전개가 흥미롭다.
 
밤은 어둠으로 사물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어둠이 오면 천변 수면위로 달빛, 별빛, 아파트 불빛, 하물며 밤안개조차 스며들게 하는 고요하고 차가운 손 같은 밤.
 
누가 밤이라 칭하여 어둠을 살라먹게 하였는가.
 
어둠이 오기 전 하루살이 무리가 하루만큼 모였다. 눈동자에 코에 입에 몸이란 벽에 마구 달려들어도 아프지 않은 저항을 조용히 맞아준다.
 
지상에 꽃이 가득하다. 개망초, 개미취를 오가는 벌과 나비도 밤의 향기에 숨어들어 새근거린다. 밤은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온 평화의 시간이다. 
 
노동이 끝난 사람들도 낮의 문을 닫고 밤으로 든다. 
 
사람은 누구나 감성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감정의 긍정적 소비는 아무리 사용해도 차오르는 햇발처럼 기름지고 윤택하여 권장하고 싶다.
 
천변 환삼덩굴도 기운차다. 모든 생물이 하물며 모기와 파리까지 달빛과 별빛을 살라먹고 사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밤하늘별을 보며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수 많은 별들이 동화처럼 추억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별은 빛난다.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행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 이성선, 별을 보며
 
별이 없는 밤은 상상하기 싫다. 오, 밤이여 황홀히 빛나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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