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갑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하였는데 그 부동산에는 을은행 명의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은 갑에게 일단 위 저당권을 말소할 것을 요구하고 이어서 갑이 위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위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등기까지 마쳤습니다. 이후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지급하고 등기서류를 넘겨받아 등기를 하려는데 위 부동산에 아직 을은행 명의의 저당권이 말소되어 있지 않아 갑에게 사정을 물어보았더니 중도금을 받은 다음 그 대출원리금을 모두 변제하고 영수증까지 받아 두었다면서 언제라도 말소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병도 별다른 의심없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을은행에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을은행에서는 갑이 대출원리금을 모두 변제한 것은 사실이나 그 후 갑이 다시 5천만원을 빌려가면서 위 저당권등기를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계속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고 말하면서 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여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병은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는가요?

해설)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갑의 변제로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저당권은 채권자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권리이므로 채권자의 채권이 변제 등으로 인하여 소멸한 경우 저당권 역시 함께 소멸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그 정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인 등기가 됩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원인무효의 저당권설정등기를 다른 채무의 담보로 유용하기로 합의하였다면(이것을 “무효등기의 유용”이라고 부릅니다) 그 저당권설정등기는 다른 채무의 담보로서 유효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사례의 저당권설정등기도 등기유용의 합의에 의하여 유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무효등기유용에 관한 합의 이전에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에 대하여는 이러한 무효등기유용에 관한 합의는 효력이 없다(93다31702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실 것은 “등기부상” 이해관계있는 제3자이어야 하기 때문에 등기유용의 합의 이전에 단순히 부동산을 매수하기만 하였을뿐, 가처분이나 가등기 등이 되어 있지 않은 단순 매수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례로 돌아와서 갑은 을은행에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으므로 을은행의 저당권은 당연히 소멸하고 그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갑과 을은행은 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하였지만 그 전에 이미 병이 처분금지가처분의 등기를 경료하여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을은행은 등기유용의 합의를 들어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거부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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