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요한계시록 2장에는 ‘서머나교회’가 나온다(요한계시록 2:8-11). 서머나는 현재 터키의 이즈미르지역이다. 서머나교회는 당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계 2:9)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비방도 알거니와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탄의 회당이라”

 
서머나교회 성도들은 정치적인 핍박을 받았다. 황제 숭배가 강한 도시인 서머나에서는 일 년에 한 차례 로마황제에게 바쳐진 제단에서 분향하고 “가이사는 나의 주와 신이시다(Dominus et Deus meus)”라는 맹세를 해야 했다. 분향 이후에 당국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주었다. 그것이 있어야 이 도시에서 정상적인 시민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서머나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만을 나의 주 나의 신으로 고백했기에 황제를 신으로 믿고 예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황제의 신상 앞에 분향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사람들은 이런 그리스도인들을 애국심이 없는 반역자들이라고 공격했다. 그리스도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서머나는 매우 부유한 도시였지만 그리스도인들은 경제적으로 큰 불이익을 받아서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스도인들과는 아예 거래를 끊거나 교류를 거부하였으니 당시 상업이 대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서머나교회는 유대인들로부터 갖은 중상모략과 공격을 받았다. 그들의 중상모략과 거짓 고소로 그리스도인들은 체포, 구금, 재산몰수, 심지어 사형까지 당해야 했다. 유대인들을 가리켜 ‘사탄의 회당’이라고 한 것은, ‘사탄’의 이름 자체가 ‘중상모략자’이듯, 유대인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중상모략으로 거짓으로 고소하고 갖은 방법으로 그들을 무너뜨리려 했기 때문이다. 
 
성경은 이렇게 고난이 있고 가난한 서머나 교회에 대하여 실제로는 부요한 자라고 한다. 서머나교회의 예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성공과 부와 평탄한 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물질적 번영과 성공이 나의 최종적 야망이라면 기독교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반대로 상황이 열악하다고 신앙생활을 못하는 것이 아님을 반증해 준다. 서머나교회는 핍박 속에서도 굳건히 믿음을 지켰다. 
 
진짜 믿음이 있는가는 고난의 시기에 드러난다. 생명과 재산은 인생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재산은 생존을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재산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서머나 교회가 큰 가난과 생명의 위협 앞에 섰을 때 무엇이 자신들의 중요한 가치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국사회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잔뜩 움츠러져 있다. 심지어 성도의 가장 큰 의무인 예배조차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의 현실이 교회출석을 하지 않는 좋은 이유가 된다. 신앙생활이 그저 교양이나 위로를 찾는 정도였던 사람들은 코로나가 아닌 다른 어려움에도 신앙생활을 쉽게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신앙인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믿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갖은 힘을 쓴다. 그래서 고난은 그 사람의 믿음이 진실한 것인지를 시험하는 도구가 된다. 
 
굳이 신자가 아니라도 고난은 각자에게 진정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드러내 주는 시험지가 될 수 있다. 평탄할 때는 알 수 없었던 나의 중요한 가치를 고난은 드러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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