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잔인한 달이라 명명 했던가. 4월의 뒤뜰에서 조심스레 묻는다. 모른다고 나지막한 소리가 상기된 꽃들 뒤로 숨어드는 듯하다. 너뿐이 아니라 우리 모두 모르는 일이니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어하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뒤숭숭한 코로나 삭풍에 가려 져 봄이 사라졌다. 왕성하게 빛나던 왕 벗 꽃잎들의 미소가 숨을 낮추어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기를 잃었다. 온 천지의 희고 노란 조명들이 회색의 언어들로 점철되어 모양과 빛을 잃고 생을 마쳤다.
 
살짝 고개를 든 건넌 마을 개 복숭아 꽃잎이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라 날개를 잃었다. 봄의 화사함을 더해주는 분홍의 채색들이 미소를 잃은 듯 조막만한 입새 뒤로 서둘러 숨어 버렸다.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할미꽃들이 제 각 피우고 사라진 듯 우리 들 마음속에 각인되지 못한 채 영화 속 풍경처럼 찰나에 스쳐 지나간 지금 새하얀 배꽃이 화장을 마치고 외출을 준비 중이다.
 
짧은 4월이 문지방을 넘어 뒷곁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한다.
 
4월아 그 아름답게 찬란하던 봄의 현란함을 어디에 감추고 가려는지 제발 말해주고 가렴.
 
5월이 오면 제2막의 새봄이 온 다 더냐? 조팝꽃에게만 핑계를 붙이지 말고 시원하게 말이나 해주고 가주렴.
 
아마도 말없이 가려하는 저 4월의 마음속에 우리가 미쳐 즐기고 느끼고 만져보지 못한 봄들을 고스란히 담아 두었기에 소리 없이 물러서려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세상을 뒤흔든 코로나 먹구름에 밀려 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4월을 보내려 하니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유난히 맑았던 지난 토요일 아들 내외와 손자의 영월 청령포 나들이가 가져다 준 작은 순간의 행복을 기억한다.
 
비운의 임금 단종의 숨결이 어린 청령포로 건너 들기 위해 작은 배에 몸을 싫었다.
 
손자는 바다를 만났다고 신나 했다. 강가에 돌멩이들을 집어 들고 할머니의 물 제비 던지기 흉내를 내며 웃었다. 전시관 안에 말없이 앉아있는 마네킹 모형들을 한참 바라보던 4살 박이 손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할아버지! 가짠가봐” 순간 천진한 아이의 입에서 나온 진실함에 섬찍 놀라며 생각 했다. 그래 맞다! 그리고 지금의 이 악마의 바람도 가짜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의 천진함을 잃고 코로나의 질풍에 많이 상심해 있는 듯하다. 4월아 너는 알지 네가 안고 가려는 4월의 꽃들은 우리들의 시름 들이지? 이 아이의 순결함처럼 하얀 숨 들을 5월엔 들이 쉴 수 있겠지? 조팝꽃이 다하고 나면 푸르름처럼 맑고 청량한 아이들의 5월이 어른들에게도 찾아오겠지?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