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단, 우주목, 벽어연, 염좌, 에케베리아 제이드 포인트, 불야성, 부용, 자려전, 청옥, 십자성, 연봉, 벨루스, 흑법사 이 많은 생소한 이름들은 요즘 새롭게 나와 함께하는 다육이식물들이다.

 
큰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집안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치우니 여백이 생겼다. 공간 배치를 다시하고 집을 서정이 넘치는 테마로 가꾸기로 했다. 지인의 집에서 용트림 늘어진 가지들을 얻기도 하고 선물도 받고 갑자기 다육이가 신생아처럼 생겨서 육아를 하는 엄마가 된 기분이다.
 
종류도 많아 아직 이름을 익히는 것도 생소하고 다육이의 생육 조건과 환경과 물주기, 가지치기 분갈이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배양토 마사토 모래 전용 분갈이 흙을 적정 비율로 섞어 앙증맞고 작은 토분에 정성껏 심어 이삼일이 지나면 물을 주어야한다.
 
시작이 반이다. 새로운 취미는 쉽게 나와 친구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얼굴을 가꾸듯이 마음에도 정원이 필요하다. 가난한 내가 골프를 치는 것도 아니고 여건상 무언가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동호회를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거나 선물 받은 카메라를 들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담아 감상하는 일들이 싱싱하게 살아가는 생의 수액과 같다.
 
다산 정약용이 황상을 위해 써준 11조목 친필을 읽다가 그 내용이 닿았다.
 
용지허실이란 뜻을 간단히 말하면 연꽃을 심는 것은 감상하는 것이고, 논을 넓히는 일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결국 논을 연못으로 만들어 연꽃을 확장한 사람의 집안은 번창하고 못을 논으로 만든 사람은 쇠미해진다고 한다.
 
벼 몇 포기 더 심어 얻는 몇 말 쌀 보다 연꽃 감상을 하며 얻는 정신의 여유가 더 소중하다고하여 귀중한 글귀들을 공유해본다. 창가 난간에 여주가 하루가 다르게 지지대를 휘감고 오른다. 비소식이 있는 흐린 휴일의 이른 아침은 너무 행복하다.
 
잔잔하고 낮고 고요해서 좋다.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인다. 실내에 있는 식물들에게 신선한 풍욕으로 잠을 깨워본다. 바람 하늘 비 양떼구름 나뭇잎 새소리 꽃향기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상이 지겹게 흐른다.
 
인간이 다른 이유는 자기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바쁘고 힘겹더라도 평수로 계산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땅을 소유해보자. 무럭무럭 내안의 기쁨이 자라는 것을 감상해보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순간을 살아라
순간을 놓치면 영원을 놓친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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