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꽃바람! 부르텄던 딱지가 녹아내리도록! 꽃잎이 날아 사람들의 근심이 사라지도록!

 
그러나 봄이기에 초가집 앞뜰에도 기와집 뒤울안에도 꽃소식은 어김없다. 순백의 벗꽃이나, 진분홍 진달래와 복숭아꽃이나, 노란 개나리나 할 것 없이 부끄러운 얼룩빼기 나리꽃을 닮은 마음일까 궁금해진다.
봄바람이 토확질을 하듯 애써 뱉어낸 목련 사이로 진갈색으로 봄의 흔적들이 파묻혀 진다.
 
장렬하게 그려낸 봄의 각혈처럼 인간들의 시름을 대신 하는 듯 화심이 흉험하다. 새하얗던 어제를 아득하게 멀리 보낸 듯 부스럼처럼 각질 된 오늘. 내일은 배꽃처럼 밝은 새날이 열리기를 밤새 고대해 보지만, 채 열지 못한 꽃들의 가슴에 부스럼처럼 내려앉은 인간들의 시름이 부르터 가슴앓이가 한창이다.
 
벚꽃놀이가 한창인 요즘 인류가 앓고 있는 코로나19 복병으로 함께 시름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어서 오시라는 현수막 대신 제발 오지 마세요! 라니 참 마음 한켠이 시리다.
 
지난 토요일 순도 94짜리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청풍호반 벚꽃구경을 위하여 둘만의 차량 나들이를 떠났다.
 
선입견 때문인지 길가 산기슭에 조심스레 피어있는 개나리가 유난히 노란색을 더욱 진하게 발하고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한곳에 섞여 장관을 이룬 곳을 지날 땐 우리도 함께 섞여 사진이라도 여러방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때 마침 청풍호반을 굽이도는 도로에는 절정을 이룬 벚꽃 들이 만발해 있었다. 연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가슴속 사진기로만 풍광을 담으며 청풍면 소재지인 문화단지에 들어서자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관광지 소 도읍 전체가 만개한 벚꽃 가로수로 절정을 이루어 아름다운 장관에 입을 다물 수 없이 놀랐고, 또 한 가지는 거리마다 나붙은 현수막이었다. 
 
‘내리지 마시고 제발 차안에서만 관람 하세요’ 란 문구에서 이날의 분위기에 숙연함으로 조심스레 골목들을 관람하고는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 상황을 몸소 바라보고 돌아오는 차안 내내 무거운 마음이 더욱 짙어짐은 무엇인가. 마음 한구석이 아려 오는 듯 깊은 몸살을 앓고 깨어난 듯하였다.
 
인류와 더불어 죄 없이 앓고 있는 꽃들의 몸살을 바라보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렇게 한 몸이 된 적 있었던가 싶어 어쩌면 인류가 균등해지기 위한 가슴앓이쯤으로 생각하면 안 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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