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국민대통합, 국민행복, 경제민주화와 같은 주옥같은 말들이 넘쳐나는 자리였습니다. 부디 취임식 연설을 통해 선포한 좋은 약속들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통령의 연설중에 제 마음에 와 닿은 단어는 ‘국민행복’이라는 말입니다. 온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열어가겠다는 소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에 보았던 몇 편 안되는 영화 중에서 이미연이라는 배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가 기억이 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입니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목만은 20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 또렷이 기억하게 되는 걸 보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외침이 제게 매우 강렬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그 말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 됩니다.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가?”라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 만은 않기 때문 입니다.

목사가 되어서 여러 가정을 심방(방문)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진실로 확인됩니다. 누가 보아도 좋은 집에 살면서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창문 하나밖에 없는 단 칸방에서도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강철 같은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도 병에 걸릴 것이 두려워 벌벌 떠는 사람들이 있고, 암으로 투병하는 시한부인생을 살면서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성적이라는 외적 조건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마음과 연관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 정부가 외친 국민행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부흥만으로는, 그래서 1등 성적표를 받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국민행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세계 초일류 강대국이 된다고 할지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불, 20 만불이 되어도 그 자체가 국민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 그 렇습니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행복이 마음의 문제라면, 국민행복 역시 국민들의 마음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먼저 국민의 마음이 대통령 때문에 감동될 때, 비로소 대다수 국민행복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제 봄이 옵니다. 누군가 봄을 이것저것 볼 게 많아서 ‘봄’이라고 하더군요. 봄이 감동이 되는 이유는 겨울에 비해 더 많은 색깔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2013년 시작된 새로운 대한민국안에 부디 여러 ‘다름’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보여 내는 진짜 ‘봄’이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