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디오를 듣고 TV를 보아도, 인터넷을 검색해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이다. 점점 피로감이 들 정도다.

 
전염병을 핑계로, 그리고 바빠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로 통 책을 가까이하지 못했다. 요즘 많이 팔리는 책은 뭔가 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심리상담 관련 서적, 드라마로 제작된 원작 소설, 그리고 자기 계발 서적이 인기도서의 명단에 있다. 
 
그런데 순간 “어! 이게 뭐지?” 하며 주목하게 된 책은 인기도서 상위에 올라있는 알베르 카뮈가 쓴 책인『페스트』였다. 처음 본 순간에는 “뭐지?”였다가 곧바로 “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책을 소개하는 짤막한 문장은 “폐쇄된 도시, 죽음의 공포 앞에 선 인간 군상을 그린 걸작”이었다. 아마 지금의 전염병 사태를 투영하면서 이 책에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봄이 왔다. 꽃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나무엔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남녘에선 화려한 봄소식이 전해진다. 근처 야산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싱그럽다. 겨울을 벗어난 아침은 일찍부터 밝고 오후 늦게까지 그 밝음이 이어진다. 
 
그런데 곳곳에서 들리는 자연의 봄소식과는 달리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춥다.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 전염병 소식에 예전처럼은 아니어도 마스크를 파는 시간엔 약국에 줄이 이어진다. 필자도 처음으로 마스크를 판다는 약국에 가보았는데 불과 판매 20분 만에 매진이란다. 겨우 다른 약국에 가서 줄을 선 끝에 아들 것까지 마스크 네 개를 겨우 샀다. 마스크 선물을 받고, “이렇게 귀한 것을!”이라며 고마워하는 어떤 일행의 말을 우연히 옆에서 들으면서, 마스크가 이렇게 대단한 것이 되었구나 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은 적도 있다. 
 
어느 정도 진정국면이고, 결국 잠잠해질 것이겠지만 아직도 여전한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 너무 과도한 우려는 아닐까 하다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전염병 사태가 길어지자 사람들은 지치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방역도 필수이지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고 했다. 
 
비록 마음껏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느니 답답하지만 이런 기회를 가족 간에 더욱 가까워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동안 자녀들은 학교와 학원 공부에 바쁘고, 부모세대들은 생업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간 충분한 대화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조금 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이 밀집한 곳이 아니라면 이젠 봄이 시작된 야외를 거닐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IMF로부터 국제금융지원을 받을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전염병 사태가 속히 진정되어서 국민이 마음 놓고 봄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꽃은 피어나고 새는 지저귄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전염병이 속히 떠나가기를 두 손 모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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