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역사를 보면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 즉 사사시대가 있었다. ‘사사’는 히브리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부터 시작해서 왕정제도가 도입되기까지 과도기적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던 직책이었다. 사사들은 평상시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당면한 문제들을 판결하고 지도하였다. 비상시에는 군사적인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들은 주로 난세(亂世)에 등장하여 동족을 구원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 중 ‘삼갈’이라는 인물이 있다. 사사기 기록에는 그를 단 한 줄 언급한다. “(삿 3:31) 에훗 후에는 아낫의 아들 삼갈이 있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죽였고 그도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더라” 한 줄의 짧은 기록은 그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예단하기 쉽다. 그 유명한 사사인 ‘삼손’에 대해서는 출생배경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려 151절을 할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록의 길고 짧음보다 어떤 기록을 남겼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는 ‘아낫의 아들’이라고 불렸다. ‘아낫’은 당시 가나안 사람들이 숭배하던 세 여신 중 하나의 이름이다. 삼갈을 “아낫 여신에게 바쳐진 아들”로 이름지었다는 것은 그의 부모가 가나안 여신을 그만큼 열심히 섬겼음을 암시한다. 이런 배경에서 삼갈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고 쓰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삼갈은 아주 평범한 농부였다. 정식으로 훈련받은 적도 없었다. 그의 무기는 그저 소모는 막대기였다. 특별히 제작해 만든 것이 아니라 임시변통이었다. 밭을 갈다가 이스라엘백성이 고통당하는 현장을 목격했을 그는 도망치는 대신 하나님의 열심으로 블레셋사람과 싸웠고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삼갈의 승리는 전쟁의 승패가 단지 군사력의 크고 작음에 의해서만 결정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해내었던 모세의 손에 들렸던 지팡이, 농사짓던 삼갈의 소모는 막대기, 그리고 거인 골리앗을 죽인 다윗의 물맷돌 다섯 개. 이것들은 모두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놀라우리만치 비범하게 사용되었다. 
 
나 스스로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수 있다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부채가 보통사람에게는 잠시 더위를 식히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무술 고수에게는 대단한 무기가 된다. 당신이 “난 아무 것도 아니야(I'm nothing)”라고 자조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당신은 “대단한 사람(You're something)”일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내게 있는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최선으로 사용될 수 있기만 하다면, 비록 다른 부분이 부족하다 해도 가치와 의미를 가진 인생을 살 수 있다.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저마다 각자의 독특성과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 눈에 크고 작음이 있고 위대한과 사소함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저마다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능력들이 있다. 내게 없는 것으로 낙심하기보다 내게 있는 것에 주목하고 그것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I am something!” 교만과 자기자랑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가진 장점을 백퍼센트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아니라, ‘뭔가 있는’ 인생으로 평가 될 것이다. 당신에게 있는 그 ‘뭔가’가 뭔지를 곰곰이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당신 주변의 사람에게도 이렇게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야!”(You are nothing)가 아니라 “당신은 정말 대단해!”(You are something)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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