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아니 꽃샘추위를 거쳐 몇 날을 더 지내야 겨우 시작될 봄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봄날은 간다니 뜬금없어 보일지 모른다. 오히려 새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봄을 너무 좋아하는 필자는 사시사철 꽃피는 봄이라는 중국의 쿤밍을 그리워한 적이 있다. 삶의 근거지를 저 남녘땅 해남이나 제주도로 정하고 싶다는 소원을 품었던 적도 있다. 봄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밝고 따뜻하며, 약동하는 싱그러운 생명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때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려서 맞은 봄이 또 그렇게 스치듯이 지나가버린다. 이런 경험을 우리는 벌써 몇 해째 반복하고 있는가? 봄의 그 화려하기만 한 색채와 기운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또 다른 계절로 쉼 없이 달려간다. 
 
인생의 봄날도 언젠가 그렇게 쉽게 지나간다. 일장춘몽(一場春夢), 우리 인생을 봄날의 한바탕 꿈에 비유했던가. 화려한 시절은 쉬 지나가고 인생사 부귀영화는 깨면 끝인 꿈처럼 덧없다고 한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20대 한창 나이에 이 노래를 들으며 우수에 찼던 적이 있다. 왜 푸르른 청춘의 날을 살면서 그 날이 갈 것을 생각하며 우울했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청춘의 나날이 쉬이 지나가니 더 소중하게 여기고 많은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야 함이 옳다. 봄날이 쉽게 가버리니 그만큼 소중히 여기며 보낼 일이다. 
20대 청춘의 나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꼭 그때만이 인생의 봄날일까? 과거를 회상하며 화려한 인생의 봄날은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아쉬워해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나의 남은 생애가운데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기에 남은 날들을 더 잘 보내려고 힘쓰는 것이 낫다. 그래서 인생의 좋은 날은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봄날이 다 가버렸다고 아쉬워하기 전에 내게 주어진 인생의 날들을 봄날로 여기고 더 힘을 내면 참 좋겠다. 
 
언젠가 봄날이 가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맞이하게 될 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생에 주어진 기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우리 인생에 몇 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올까? 그것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다만 각자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말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똑같은 봄을 살아도 그 소중함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서 봄을 봄으로 만끽할 수 있으면 좋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라틴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다양한 어감으로 번역할 수 있다. 그저 오늘을 즐기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내가 현재 살아가는 ‘오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봄날은 곧 온다. 
 
그런데 내 인생의 봄날은 내가 주도적 만들어가야 할 무엇임을 생각한다. 내 인생의 봄날을 위해 오늘도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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