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세계 경제의 불황속에서 언젠가부터 언론에서 브릭스(BRICS)란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방금 한국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담을 마친 중국의 주석인 후진타오는 빠른 발걸음으로 제 4차 브릭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의 뉴델리를 방문하였다.
브릭스(BRICS)란 2003년 미국의 증권회사인 골드먼 삭스 그룹의 한 보고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머릿글을 따서 사용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작년인 2011년 남아공이 가입하여 제 5의 회원국이 되어 현재는 위의 다섯 개 국가를 지칭하는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국가들의 기본 특징은 1990년대 말부터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신흥경제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공통적으로 거대한 영토와 인구, 그리고 풍부한 지하자원 등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2000년 이후 수요와 구매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고 인도 역시 정보기술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 두 국가를 합쳐서 또 다른 이름의 ‘친디아(CHINDIA)' 란 신생어도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 열린 회의에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세계경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브릭스의 정상들은 현재의 세계경제가 난국에 처해있는 것은 서방의 통화완화책이 자금시장 흐름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라고 비난하였다. 심지어는 현재의 위기가 서방 선진국에서 시작되었으며, 환율전쟁과 신보호주의를 유발하는 양적완화는 그대로 둔 채 긴축과 재정협약, 임금 감축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브릭스의 정상들은 세계경제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게 묻는 동시에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이 글로벌 통화 및 금융시스템에서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개발은행의 설립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국제금융을 대신하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금융시장의 판을 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후진타오는 기조연설을 통해 ‘남남협력과 남북의 평화’를 강조하였다. 후진타오는 “브릭스 국가들이 세계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며 현재의 세계는 변화와 조정의 시기에 처해 있다. 평화와 발전, 그리고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남남협력’이 세계의 경제와 균형, 국제관계에서의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의 ‘남남협력’이란 단어는 지구상의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이 지구의 남반부에 자리잡고 있다는데서 유래하고 있다. 중국이 1950년대 중반부터 공을 들여온 ‘제3세계’국가들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3개 세계론’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국가들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들이 힘을 합쳐 협력해야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경제적 패권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중국에서 ‘3개 세계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냉전이 시작된 후,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략에 몰두하였고, 그것이 바로 ‘제3세계론’이었다. 미국이나 소련의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세력들, 그리고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들을 그 협력의 대상으로 삼고 이들과의 유대를 강화하였다. 이후 중국 자신의 경제적 발전에 몰두하면서 우선 순위에서 멀어져 있던 이들을 이제 경제발전과 국력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금 부활시키고 있다. 특히, 남아공이 있는 아프리카와 브라질이 있는 남미의 경우 막대한 석유와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자원확보가 절실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제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이 지역에 대해 더욱 몰입하고 있다.   
이번에 후진타오가 참석한 제4차 브릭스 회의에서 주고 받은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기축통화인 달러를 근거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던 미국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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