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린다. 따스한 햇볕을 기다린다. 고운 바람결을 기다린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남을 기다린다. 가볍고 밝은 옷차림에 새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힘차게 내딛으며 새 출발하는 발걸음들을 기다린다. 겨우내 묵혀지고 갇혀졌던 현실들, 답답한 정치와 경제 상황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니 뭐니 우리를 위축되게 만들었던 것들이 다 떠나가고 움츠린 가슴 활짝 펴고 마음껏 활보하는 봄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조금 오르면 될 것 같았는데 오르고 올라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여전히 올라야 할 길의 연속인 깔딱 고개마냥 쉽지 않은 인생길.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새 희망을 주는 그런 새 봄을 기다려 본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가서 2:10-13). 굳이 연인이 아니라도 희망을 품고 격려하며 함께 갈 수 있는 봄과 같은 동행이 있는 삶을 기다린다.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가지만 그곳에 ‘많은 샘’이 있으며 ‘단비’가 복을 채워 주는 그런 봄을 희망한다(시편 84:6).
 
추운 겨울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 예년보다 춥지 않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새천년에 20년을 더한 2020년 2월의 지금. 예전보다 편리한 세상살이지만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진 건 아니라는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잎을 다 떨구고 바짝 메마른 거친 나무 가지처럼 메말라버린 감성에 내릴 촉촉한 봄비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무 가지에는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동토(凍土)를 이기고 돋아날 그 때를 희망한다. 
 
101년 한국 영화 역사, 그리고 92년 아카데미 역사의 새 장을 열며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우리나라 영화처럼 이 나라에 훈풍이 불어온다는 소식,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반가운 소식이 많아지길 기다린다. 
 
진보니 보수니, 촛불이니 태국기니 편을 가르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신나는 소식이 들려지기를 기다린다. 다음세대가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봄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오늘은 겨울일지언정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기대감으로 시린 날들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사람들.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 불안감에도 또다시 오뚝이처럼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가슴 한 편에 간직하고 힘을 내보려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그런 이들이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런 봄날이 속히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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