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평소 알고 지내던 갑이 가게를 확장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5천만원을 빌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갑은 약 1년간 이자를 꼬박꼬박 갚는가 했더니 그 이후부터는 이자는 물론 원금도 갚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갑이 위 가게를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 빨리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였더니 갑은 자신의 가게 전세금 채권을 병에게 양도해 주면서 자신이 도망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갑의 가게를 찾아가 보았더니 갑은 이미 이사를 가고 없었습니다. 너무도 괘씸해서 갑을 사기죄로 고소하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 갑에게 사기죄가 성립하나요?

해설) 차용 당시 갑의 재력, 환경, 차용금의 사용 내역 등을 고려하여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없이 돈을 빌렸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놓고 갚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뿐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형법상에는 채무불이행죄라고 하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빌려준 사람을 속여서 금전을 차용한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형법 제347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그러나 재산거래에 있어서 서로 간에 약간의 거짓이나 과장은 포함되는 것이므로 조금이라도 속였다고 하여 모두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정도에 이르러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금전차용과 관련하여 사기죄가 성립하는 예로는, ① 돈을 빌린 사람이 차용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서 돈을 빌린 경우와 ②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돈을 빌린다고 하여서 그 말을 믿고 돈을 빌려 주었는데 사실은 그와 전혀 다른 용도에 사용하고서 돈을 갚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 대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채무자가 그 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것이 사기죄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용도가 돈을 빌려주는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그러한 용도가 아니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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