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면서 가끔 조카와 대화를 나눈다. 잔잔하고 고요한 불교적 정서를 가진 조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연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영문과 교수이면서 수업이 없는 날은 공부와 학교관련 업무에도 끊임없이 마음을 정진하는 미소 머금은 고요한 그녀 모습에 남을 흉보거나 미워하던 생각들이 훅 달아나버린다.

 
차를 우리면서 창으로 들어오는 연한 빛이 참 위대하고 소중해 보일 때 그윽한 차향과 말의 향기에 더 순해진다. 생글생글 늘 웃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들은 늘 긍정적 사고와 배려심과 상냥함을 가기고 사람을 대한다.
 
이모, long face란 얼굴이 길다는 뜻이지.
 
만약에 what are you long face?라고 친구에게 말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long face란 시무룩한 얼굴, 너 오늘 시무룩해 보인다는 말인데 의미를 모르면 그래 내 얼굴 길다고 해석해 샐쭉 토라질 수 있다며 영어 교수답게 즐거운 깨알 공부도 살짝 넣어준다. 여기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시가 있다.
 
웃음의 힘/ 반칠환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현실의 어느 누구나 힘겹지 않은 사람이 없다.
별이 밥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나의 노동도 너의 노동도 너무 가여워 고맙다고 토닥이는 하루, 처지지 않게 살아가려고 나는 오늘도 시를 쓰며 입가를 올린다.
 
개여울 물 흐르는 소리처럼 방음이 되지 않는 위층에 세탁기 소리가 튼튼하다.
 
나의 서툰 문장으로 말하고 싶다.
 
당신 얼굴 표정만으로 생의 풍년이 피고 진다.
봄의 화단에 만개할 꽃들처럼 화려한 웃음꽃이 되기 위해 찬란히 웃어보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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