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굴 입구에서 한여름 오후 냉기를 무임승차 한다. 전국이 폭염경보에 시름하던 날 영월 고씨굴 입구에서 냉 콩국수로 점심을 완성하고 동굴입구로 향했다. 피서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늘어선 틈을 헤치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 나오는 동굴입구 벤치에 무임승차하여 여유롭게 걸터앉아 거드름을 핀다. 동굴 입장을 하지 않으니 돈은 받지 않는다.

 
그래서 벤치 맨 가장자리에 살짝 걸친 엉덩이가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시원함과 바꾼 여유를 생각하며 최대한의 우아함을 유지하며 고상한 생각들을 연상하려 애를 썼다. 뜨거웠던 생각들과 가슴 썰렁했던 일들이 교차하는 벤치에서 소객들의 웅성거림 에 지난시간을 잊어보려 하지만 깊은 동굴 속에서부터 우려 나오는 냉기조차도 식히지 못할 화근들이 생각을 괴롭힌다.
 
가을이 오면 응축 했던 냉기들을 조금씩 데워가며 겨울을 준비하듯 시간과 바람의 속도를 조련 하련다. 삶의 지난공식보다 남아있는 산식들을 저울질하듯 조금씩은 호흡을 조절하며 가자!
 
냉기가 한기로 변해가고 있다. 순망치한이란 고사 성어처럼 의지하고 보호받을 언덕들이 비틀거리고 있는 늦은 오후 퇴근길 같은 시간, 자꾸만 새벽여명을 꿈꾸지만 어긋난 시차처럼 열기와 냉기가 교차하는 동굴입구의 딱딱한 벤치의 안락함과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풍천의 상생력을 비교하지 않으련다.  
 
무임승차 유효기간이 다가 온다. 얼마간의 온기를 남겨두고 적당량의 냉기를 들이키면서 다시 무더운 세상 속으로 호흡의 방향을 옮긴다. 무임승차분의 고씨 굴 입구의 시원함을 무기로 걸머지고 씩씩하고 야물차게 걸음을 고쳐 걸어본다.
 
가을이 눈앞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교차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다행이 무전취식이라도 해두었던 냉기들의 기억이 물 타기 하듯 조화로 어우러진다. 옷깃을 여미고 셔츠 깃을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호흡의 방향을 잘 조정하여 이 시절에 걸 맞는 공기를 무전취식할 준비가 필요하다. 곡식들 부스럭거리는 바람소리와 허수아비의 소매를 흔들던 잠자리들이 가을 냄새를  섞어 지난여름을 요리 하고 있다. 구수한 수수깡 향기와 익숙했던 동굴 속 냉기들을 버무려 가을이란 접시에 담아보는 지금 무임승차도 값진 힐링 타임을 가져다준다는 진리를 되 뇌이고 싶다. 틈이 나면 낙엽 구르는 소리에 취해 흠뻑 붉어지고 싶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