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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으며”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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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1  11: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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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붉고 둥근 대추 한 알에도 저마다 사연이 있다. 태풍과 천둥과 벼락을 이겨내고, 낮의 땡볕과 무서리 내리던 밤의 시간을 견디어 낸 결실이다. 
 
그리고 피하고 싶었던 태풍과 천둥과 벼락이, 그리고 따가운 태양과 밤의 추위가 대추를 탐스럽게 영글게 하였다. 
 
한 송이 국화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도 봄부터 울어야 했던 소쩍새의 사연이 있었다(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무엇이든 제대로 된 자리와 제 역할을 갖기까지 주변의 모든 배경이 알게 모르게 역할을 하였음을 일러주는 시어들이다. 
 
필자는 청년 시절, 젊음이 주는 자신감과 정의감에 취해 스스로 대단한 존재인 줄 착각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주관적 관점으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내가 있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용납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공동체에서 어떤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다가 별 것 아닌 일로 제 흥분에 못 이겨 선배에게 대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선배가 필자에게 먼저 와서 사과하는 것을 보고 내 인격의 미숙함과 못남을 절절하게 느끼며 부끄러워했다. 내가 완벽하고 모든 일에 실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많은 허물이 있었음에도 참아주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나로 점차 성장해 가고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부모님들은 어떠한가? 긴 시간 가장 가까이에서 아낌없는 지원과 희생을 해주셨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 때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잘나서 이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얀 백발에 주름살 가득한 부모의 얼굴을 기억해 보라. 내가 성장하기까지 함께 부대꼈던 형제와 함께한 지인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지나 어느덧 지금의 내가 되어 있다. 
 
부모 형제, 친지와 가족의 소중함을 잠시 잊었다가, 바쁘다는 이유로 평소에 서로 돌아보지 못하다가 명절이 되면 우리는 함께 모인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대하며 지난 추억들을 함께 떠올려보고, 또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장시간의 이동이나 선물 준비, 명절 음식 장만에다가 또 여러 이유로 명절이 번거로움과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지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추석명절이 나를 나로,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준 소중한 부모, 친척, 형제들, 지인들과의 복된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 어린 축복과 격려와 응원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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