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잃어 버렸죠’라는 노랫말이 있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다시 찾아온 오늘을 맞으며 아름답고 의미 있는 사람살이에 대하여 무언가 조급해진다.

 
잠시 오는 순간의 행복한 감정을 오래 느끼고 싶은데,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관장하는 신은 힘겨운 일들과 나의 시간을 쇠똥구리처럼 굴려간다.
 
새로움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절은 변화하고 삶이란 시계도 가을빛과 닮아간다. 
 
호텔과 바캉스의 신종 합성어인 호캉스(hocance)로 편안하고 고급스런 휴가 문화가 늘어나는 시대지만, 이번 휴가는 가장 전형적인 여가활동의 정석인 캠핑으로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토마스 하이럼 홀딩이 최초의 캠핑 저서를 출판하면서 현대적인 여가활동으로 캠핑의 정의를 정립했다. 
첫날에는 강원도 최대 오지 마을인 강릉 부연동에 위치한 마을의 수호목이자 또한 국내 최대 금강송인 수령 오백년 이상 된 ‘제왕솔’을 품으며 인생의 고락들을 위안 받았다. 
 
곧게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의 모습이 사람을 호위하는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소금강 장천마을 야영장에 텐트를 쳤다. 눈앞에 보이는 소나무 숲과 장천계곡의 투명한 물빛을 배경으로 빛나는 여름을 스케치 하는 기쁨이라니.
 
이박 삼일을 먹고 마시며 가져간 화구로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버리는 사유를 한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뜨며 새소리와 매미소리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소리와 빛깔에서 터질듯 밀려오는 삼라만상 소중한 숨결에 겸손해졌다.
 
온전히 내안의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니 이 또한 새로움의 발견이 아닐까.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고 살아간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진정한 뜻을 오늘에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말을 여러 번 되 뇌이니 뭔가 행복이 충전이 되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쓰고 그리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조금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신 노부부께서 미소가득 담고 칭찬을 하셨다.
 
여행을 즐기신다는 부부의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도 아름다운 회화와 한 줄 시 같았다. 모두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물의 노래를 함께 듣는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빛 빛나는 여름밤 이 강물 소리를 꿈결에 부릴 것이다.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노원호 시인의‘행복한 일’ 시의 부분이다. 이렇게 나는 행복을 배우게 되었으니 결핍이여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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