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한 때 텃새를 부리는 서너명의 직장동료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다. 나는 그녀보다 한 달을 먼저 입사해 직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이에나같은 더러운 인간상을 겪은 후라 지금은 관찰자로서 자리 잡기로 마음먹었다.  

 
복희 언니는 단발머리에 마른형이다. 구부정한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꾸밈을 가지지 않은 그 자체이다.  
 
처음 현장에 들어오면 누구나 그렇듯 손이 느리고 답답하고 허둥대기 마련인데 복희 언니는 동작이 더 눈에 띄었다. 팀장부터 해서 텃새 조직 몇이 그녀를 구박하고 우습게 대하기 시작하는데 그 꼬락서니들, 사람의 입과 행동에서 나오는 더러운 것들을 보았다. 일러바치기, 이간질하기, 큰소리지르기, 흉보기, 시끄럽게 몰아대며 떠들기등 당황스러운 어이없는 모양들이 나와 복희언니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분노와 복수라는 단어들이 저절로 되내였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어찌 이리 당당한가!” 라고 링컨은 자신을 개가 짖듯 공격하는 무리를 향해 이런 표현으로 독백하였다. 
 
이러다 일주일도 못가 퇴장하겠다 싶어 청소 시간이 되면 그녀 옆에 같이 있었다. 매일 끝까지 남아 청소를 깔끔히 하였다.  
 
복희 언니 얼굴은 나날이 어둡고 입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눈은 단호하게 빛났다. 그녀는 반응에 신중하다. 관찰만 한다.  
 
텃새들 입장에서는 일단 이만큼 더 오래 일했고, 여기서 자리 잡았으니 새로 온 사람보다 내가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근성을 독으로 내뿜는 일차원적 인간군상이다. 
 
그녀는 하루하루 일에 속도가 붙었다. 팀장이 사적 감정으로 짜증을 내면 “저  리더감도 안 되는 싸가지 없는 것!” 하면서 혼잣말로 맞대응 한다. 그 옆에서 나는 킥킥대며 시원하게 웃었다. 외부의 가시밭 같은 공격에 부드러운 내공으로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놀라움과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그 성품을 내 마음 깊은 곳에 저장해서 꺼내 써야겠다. 그 목소리는 맑은 저음으로 안정되어있고 어쩌다 내어 밷는 말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다.  
 
노동자들의 퇴근모습들은 똑같다. 얼굴엔 마스크 줄무늬, 고무줄자국을 당당하게 지니고 집으로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카페에 간다. 
 
생활전선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른 복희 언니는 요즘 씩씩하다.  온몸으로 생활을 밀고나가는 민달팽이처럼 고독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으며 자유롭게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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