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고읍에 가면 나의 아기가 있다. 아들 내외가 그들만의 또 다른 휴가를 떠나면서 내게 한여름 무더위와 아기를 맡겼다. 장성한 아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작은 아기와 나만 의정부 한켠에서 이십여 일을 지내고 있다.
방금 첫돌이 지난, 작고 연약한 아기가 팔을 벌리면 듬뿍 안아주는 일, 지금 눈 맞추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새삼 나와의 사랑도 익히고 있다.
물질문명이 풍요하고 다양해진 요즘은 아기 키우기가 수월하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던 시절을 되돌리면 기저귀 빨래며 이유식을 집에서 일일이 손수 자급해야 했다.
아기와 교감하기 보다는 일에 치여 눈을 맞추고 소통하기를 뒤로하였다. 혼자 식단을 차리고 기저귀 빨고 이유식을 만들며 집안일에만 몰입했던 서툴기 짝이 없던 그때의 무지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 무지와 몽매 속에서 아기를 키운다고 애를 썼었다.
주방이며 화장실로 따라와서 아이가 칭얼칭얼 떼를 쓰면 더 많이 안아주지 않았고 눈 맞추지 못해 지금에 와 다 자란 자식에게 미안하다.
아이와 하나 되려 하지 않은 채 집만 지으려 했다. 후회에서 오는 고통을 뒤늦게 느끼니, 시인 다이아나 루먼스는 이렇게 썼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하루에 아기는 분유를 아침저녁으로 두 번 먹는다. 이유식을 세 번 정도 먹고 놀다가 서너 번 잠든다. 아침엔 목욕을 하고 놀이방을 다녀온다. 외부에서 들려주는 말을 먹으며 표정을 먹으며 자란다.
단둘이 사는 공간, 어쩌다 내가 TV에 정신이 팔릴 때면 재빨리 기어서 가 전원을 꺼버리고 뒤돌아보며 내게 씨익 웃는다.
저와 계속 놀아주기를 원한다. 울고 눕고 기고 두발로 우뚝 일어선다. 손짓과 말과 눈빛은 그렇게 저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누워있는 아기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울음’,‘어’라는 표현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며 미소 짓는다. 내가 그를 본다기보다 아기가 나를 본다.
지금 아기는 내게로 온다. 귀하디 귀한 모습으로, 엉금엉금 옆으로 와서 오랫동안 생의 피로에 지쳐 엎드린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환히 웃음을 짓는다.
최와온 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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