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뜨거운 여름이다. 한 낮의 폭염과 밤의 열대야를 이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디 피서라도 떠나면 좋겠다는 마음 한편에는, 휴가철 인파와 바가지 상혼에 고생할 바에 차라리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곳이 피서지라는 생각도 있다. 

 
이미 휴가를 갔다 온 사람은 일상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고, 휴가를 앞둔 분들은 개인적인 휴식과 재충전, 취미생활이나 색다른 경험, 또 가족이나 동료 간의 친밀한 관계와 결속 등 휴가를 통해 바라는 것들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여러 사정 때문에 휴가를 엄두내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잠시만이라도 얼음 냉수 같은 휴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쉼, 휴식, 휴가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휴식이란 일만큼이나 중요하고 필요하다. 언젠가 고속도로 운전 중에 자동차의 기름 부족 경고등이 켜져 당황한 적이 있다.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서 휴게소를 지났는데 주유소가 있는 다음 휴게소까지의 거리가 멀어 차를 운행하는 동안 조마조마했다.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기름을 넣지 않는 차로 달릴 수는 없다.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살다보면 바닥난 기름으로 달리는 차와 같을 때가 있다. 잠시의 휴식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무딘 도끼 날로 하루 종일 쉼 없이 나무를 찍어대는 나무꾼보다 중간 중간 쉬면서 도끼날을 날카롭게 가는 나무꾼의 생산량이 훨씬 높다. 무딘 도끼날은 힘만 더 들고 지치게 할 뿐이다. 
 
기계도 일정기간 운행 후에는 점검과 보수를 위해서라도 잠시 멈추는데, 하물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갔던 삶에서 잠깐 멈추어 자신을 점검하고 새로운 에너지로 재충전하는 때가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하시며 바쁘게 일하셨다(요 5:17). 동시에 쉼을 실천하셨다. “예수께서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시고 밤에는 나가 감람원이라 하는 산에서 쉬시니”(눅21:37).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제자들에게도 휴식을 명령하셨다.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막6:31). 
 
채우지 않고 계속 방출하기만 하면 말라버린 저수지처럼 고갈되어 버린다. 계속 바쁘고 피곤한 삶을 계속하다보면 짜증과 신경질이 습관이 되기도 한다. 내면의 여유가 그만큼 고갈된 것이다. 
 
요즘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각광받고 있다. 인생에는 일뿐 아니라 많은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젊어서는 죽어라고 일만하다가 나이 들어 이제 좀 여유가 생겼는데 몸은 이미 노쇠해져 버렸다는 회한의 말을 듣기도 한다. 워라벨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여가생활과 휴식에도 균형과 적정선이 있음도 잊지 말일이다. 휴가를 갔다가 재충전은커녕 더 방전이 되어 돌아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쉼은 일을 전제로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사람에게 또 다시 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구직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일의 일종이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마지못해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번다는 생각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인간의 가치나 존재의 의미가 놀고 즐기는데 있기보다, 각자의 은사와 분량을 따라 자기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며 사는 데 있다는 것이 성경적 관점이다. 모쪼록 이 무더위 속의 잠시의 쉼이 ‘레크레이션’(recreation) 즉, 원기 회복, 활력 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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