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지난주에 이어) 2. 손해배상 합의의 효력

손해배상의 합의는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의 액수를 합의하여 앞으로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입니다. 즉, 손해배상의 합의에는 당연히 손해배상청구권의 일부에 대한 포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갑의 가족들은 비록 추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을이나 을의 보험회사에 대하여 추가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통상적인 추가 손해가 아니라 당사자가 합의 당시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후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까지 이러한 합의가 적용된다고 할 경우 피해자 측으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입니다.
 
즉, 예상할 수 있는 추가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합의시 이를 포기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예상할 수 없는 추가 손해에 대해서는 그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부당한 피해를 구제해 주기 위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99다42797 판결)”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도 당사자들이 합의할 당시 전제가 되었던 사실은 소송 과정에서 이루어진 신체감정결과로서 갑이 향후 4년간 생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추가로 발생한 개호비 및 기타 치료비, 갑의 생계비 등은 이러한 전제와 상반된 것으로서 합의 당시 당사자들로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손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갑의 생존여명 기간 내내의 생계비, 개호비 및 기타 치료비는 그 액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서 이를 알았다면 갑측으로서는 도저히 앞에서 한 합의금액으로 가해자측과 합의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갑측과 을의 보험회사 간의 합의는 갑이 추가로 청구하려고 하는 본 건 손해배상에는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갑측으로서는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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