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반복된 생활이 지칠 때가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돈다는 말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매주 반복하지만 큰 변화는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다.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로 고민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선택보다 이미 선택한 것들에 매여 산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스라한 기억 속에, 뭐 그렇게 특별히 잊지 않기를 채근할만한 무언가도 별로 없다. 
 
비슷한 일상의 반복을 성경은 ‘피곤함’이라고 요약했다(전도서 1장).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르지 않고, 내일도 크게 다를 것이란 기대감 없는 생활들, 그러다 문득 내가 관성에 따라 그냥 길들여져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삶에 길들여진다는 것...
 
삶의 감격과 희열, 매일을 다르게 만들고 유일하게 만드는 힘들은 어디로 간 걸까? 너무 쉽게 시간에 무뎌지고 시류를 좇아 타성에 젖어버린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끌려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 끝에 때론 무력감과 초라함을 경험한다.
 
반복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 좀 나아질까? 때때로 삶의 방향전환도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별로 달라져 있지 않은 현실과 다시 마주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밀려오는 수많은 요구와 질문과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 속에 들어가 수도사처럼 살 수도 없고.
 
그런데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있음도 잊지 말 일이다. 십 년 전 오늘 내가 무엇을 했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도 잘 못한다. 하지만 그때 먹은 밥 힘으로 살아왔고, 지루한 것 같은 일상을 버티면서 오늘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은 특별하기보다 대부분 평범했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 소소한 하루가 모여 오늘 나의 인생이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라고 시시한 것만은 아니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도 나온다. 언젠가 그 지루한 일상을 묵묵히 지켜낸 보상을 받을 때가 있다.
 
어찌 살다보니 벌써 7월을 맞이했다. 2019년의 반을 보내고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마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대비하는 하프 타임같은 시점이다. ‘벌써’ 6개월이 훌쩍 지나가버렸지만, ‘아직’ 우리에게 6개월이나 남아 있다. 상반기의 생활을 잘 정리해보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해 보면 좋겠다. “한 해의 반을 살아오느라 참 수고 많았어!”라고.
 
별 일 없을 것 같은 그런 하루를 묵묵히 살아온 성실함과 끈기는 진정 위대한 것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늘 짜릿하고 모험이 가득한 놀이동산 같지 않다. 그저 밋밋하고 평범한 일상의 나날들이다. 
 
훗날 아쉬움으로 기억될 2019년 하반기가 아니라, 그래도 보람 있었던 추억으로 남기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 우리에게는 열심히 살아갈 6개월이 남아있다.
 
상반기의 삶이 그러했듯이 하반기 삶도 그리 특별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하더라도 우리는 또 하루를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늘 반복되는 복잡한 일상 속에서 때론 무심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때론 무심한 듯이, 때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우리에게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해주십시오”(시편 9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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