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왕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왕을 들라면 단연 다윗이다. 지금도 이스라엘 국기에 ‘다윗의 별’이 중앙에 새겨져있을 정도로 다윗은 성경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든 대표적인 왕으로 평가되고 다른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런 다윗의 일생에서 가장 큰 오점을 남긴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군대 장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남편을 사지로 몰아 죽인 사건이다(사무엘하 11장).   그 죄를 지적받은 다윗은 오열하며 회개했고 불륜으로 태어난 아들은 결국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한 뼈에 사무친 회개의 내용은 시편 51편에 기록되었다.
 

  두 번째 다윗의 큰 오점은 그가 신하들에게 인구조사를 명한 일이었다(사무엘하 24장, 역대상 21장). 백성의 수를 조사하라는 왕의 명령이 무슨 흠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다윗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했던 최측근 신하 요압은 이를 적극적으로 만류한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결국 왕의 재촉으로 인구조사는 강행되었다. 이 일은 큰 화근이 되어 하나님의 진노를 자아내었고, 이스라엘 백성 7만 명이 전염병으로 죽는 사태가 일어난다.
 

  다윗이 백성의 수를 조사하게 한 것이 왜 그렇게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키게 되었을까? 조사내역에 그 실마리가 있다. 그의 인구조사는 전쟁에 나갈만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었다(역대상 21:50). 이 사건의 역사적 정황이 역대상 18장-20장에 기록되었다. 다윗은 전쟁에 나가기면 하면 빛나는 승리하였다. 이스라엘 역사상 이렇게 강한 군사력과 함께 견고한 나라를 세운 시기도 드물었다.
 

  이런 상황은 다윗에게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을 꿈꾸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세계의 수많은 군주들의 야망이기도 했다. 세계를 섬기며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어 가는 거룩한 나라를 세우기보다 인간의 제국을 꿈꿨던 다윗의 야망은 하나님의 진노를 자아냈다. 성경은 인구조사의 배경을 그래서 ‘사탄의 충동질’이었다고 진단한다(역대상 21:1). 권력의 맛의 달콤한 유혹은 이렇게 빠져나오기 힘든가보다. 이것은 사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들어야 할 뼈아픈 책망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권력을 향한 야망은 낮은 곳으로 오셔서 섬기시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건을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요즘 여야 정치인들이 왜 저렇게 막말을 해대고 ‘초딩’처럼 유치한 싸움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먼저 아들에게 나는 ‘초딩’들도 저렇게는 안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여하튼 왜 저렇게 비상식적 일들이 국회에서 벌어질까?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이 있을 텐데도 저렇게 으르렁거리며 정쟁을 일삼으면서도 내부의 반성조차 없는가 말이다. 그것은 권력의 맛이 아닐까 한다. 한번 권력의 맛을 보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당장 당의 눈에서 벗어나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면 하루아침에 백수의 신세가 되는 것이 정치인의 운명이다. 그러니 어찌 당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 개인의 권력욕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
그리운 현실이다.
 

  이것이 단지 정치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작은 권한이라도 얻게 되면 공동체를 섬기는 소중한 기회보다는 자기 이익의 재료로 활용하고 싶은 욕망이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다. 나의 힘이 공동체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때를 위함이라’(에스더 4:14)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면 좋겠다. 정치권도 그러하고 시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더 높아지고 권력을 쥐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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