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신문
오피니언평안데스크
토마토가 쏟아져도
최와온  |  pa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16  11:28:4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지난 주 5일 동안 생산 공장에서 알바를 했었다. 갈릭 시저 소스와 방울토마토를 만지는, 고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일터에서 오월 첫 주를 스스로 가두었다.
 

  이른 아침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에 들어가 조회를 시작으로 나는 노동하는 무리에 섞여 행동한다. 준비 재료를 챙기고 초록색 길다란 고무벨트 주위로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흰 마스크를 쓴 채 아침부터 해가 지도록 말없이 갈릭 시저 소스를 용기에 넣는다. 평소에도 말이 없는 나는 이러다 벙어리도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데, 옆 자리에서 방울토마토를 넣던 동료가 토마토 상
자를 옮기다가 무게를 못 이기고 손을 놓쳤다.
 

  꽃처럼 쏟아진 빨간 토마토가 무더기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를 비롯해 열두 명의 노동자들은 미동도 않고 자기 일만 바삐 하느라 모른 채 하고 있는 광경이라니!
 

  토마토를 쏟은 언니가 당황하며 혼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모습을 보기가 민망하고 안타까웠다. 나는 벨트가 돌아가던 말던 하던 일을 멈추고 상자를 같이 들어 선반에 놓고 바닥에 쭈구리고 토마토를 주웠다. 이 순간의 방울토마토가 너무 붉어 얼마나 슬펐는지, 이것이 바로 삶의 현장이란 것을 다시 체험했다.
 

  오래 전 운동권 학생들이 위장취업 하여 생산 현장을 노동자들과 함께하겠노라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오월 첫날은 메이데이라고 세계 노동자의 날로 정하고 근로하는 사람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날을 기념하며 쉬는 날이 되었다.
 

  생산현장은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엮어져 완성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러니 노동하는 사람들의 사회인 것이다. 의식이 바뀌어야한다. 젊은 청년 전태일이 혁명한 날로부터 무수한 세월이 초록색 벨트위로 흘러
갔다.

  내가 보니, 새로 들어온 신입보다 오래 되었다고 기존 사원의 그 부리는 텃새가 위험스러울 정도다. 새로 입사한 사람은 며칠을 못 배기고 퇴장한다.

  전태일 열사 때는 사업주의 부당한 횡포를 고발하며 목숨을 버리며 싸웠다. 지금은 우리끼리, 노동자들끼리 이러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은 시원시원하다. 완성품을 위하여, 그리고 나의 생활과 작은 사회를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밤의 잠은 달고 아침에는 상쾌하다. 퇴근길의 오월 풍경은 온통 연두 빛과 붉은 꽃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어울리며 순하다. 저녁 어스름한 거리에서 ‘사계’라는 노래가 나지막이 들린다. 그 가사를 들으며 나의 초록 벨트는 여전히 돌며 돌아가고 있다.
 

<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최와온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평택지방해양수산청, 평택·당진항의 주요지점 불빛 개선
2
캠핑 여행
3
평택항만공사, 평택·당진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 간담회 개최
4
“낙심과 탄식을 넘어서서”
5
안중읍 금곡4리 이장, 주민 동의 없이 건설 관계자와 합의서 체결 드러나... 주민들 집단반발
6
평택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
7
경기평택항만, 연운항과 화물여객 유치 공동 협력 간담회
8
“기도의 정석(定石)”
9
농민수당 법제화 안성추진위원회, 명동사거리서 기자회견가져... 법제화 예산도입 필요성 강조
10
평택시청소년오케스트라 단체공모에 현일꿈끼락청소년오케스트라 선정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평택시 비전5로 35, 501호(비전동) (주)평안신문  |  대표전화 : 031-692-5577  |  팩스 : 031-692-5579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00922  |  발행인 : 한규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 한규찬
Copyright © 2011 평안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