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고 세상의 종말을 가지고 세상을 현혹시키는 자들이 있었다. 특히 세기말이나 난세(亂世)를 만났을 때에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종말을 주장하는 종교단체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기독교를 표방하는 이단들 중에서도 성경의 예언을 교묘히 이용하여 신자들을 미혹하고 있다. 그러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건전한 종말관은 무엇인가?

  성경은 분명히 세상의 종말을 말하고 있다. 시작이 있었던 이 땅의 역사는 언제인가 그 끝이 올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종말의 시기는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고 못을 박고 있다. 그리고 그 종말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마치 도둑처럼 온다(데살로니가전서 5:2). 종말의 시간을 계산하는 것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말씀이다.

  그런데 성경 곳곳에서 종말의 징조들을 이야기한다. 종말의 정확한 때를 모른다면서도, 종말의 징조들에 대해서는 말씀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종말의 때를 계산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언제고 이런 종말의 때가 올 것인데, 만일 그런 종말의 징조나 시대의 혼란상을 보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믿음을 굳게 지키라는 격려와 권면과 경고이다. 혼란한 시대의 현상을 보고 임박한 종말론들에 현혹되어 일상생활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대로 마치 종말은 정녕 오지 않을 것처럼 사는 안이한 생활태도 둘 다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 종말의 날이 언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늘 당장이라도 내가 죽게 된다면 오늘이 나에게 있어서는 종말이다. 이 세상의 역사가 언제 끝나든 그것은, 오늘 생을 마감하는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개인적인 종말론이라 한다. 내가 죽기 전에 성경의 예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실현된다면 살아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일반적' 혹은 '보편 적' 종말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지금 종말 의식을 갖고 살고 있느냐 일 것이다. 종말이 시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은 아직 신앙적으로 분명히 정리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의 종말은 넓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성육신하신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를 사는 모든 시간은 신의 경륜에 있어서 종말의 시간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미 그 종말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며, 결국 이 세상의 역사를 최종적으로 마칠 '말세지말'(末世之末, 종말의 끝), 곧 그리스도의 재림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 한 해를 마감해야하는 12월이다. 한 해가 가고, 곧 또 새로운 한 해가 온다. 그러나 무한정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는 것이 아니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언젠가 우리 인생에도, 세상에도 끝이 온다. 시대를 분별하고 영적인 민감함을 가지고 하루를 사는 사람에게 종말은 두려움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다가온다. 아직 최상의 것은 오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종말의 때처럼 사는 사람에게는 어느 날 종말이 올지를 물을 필요가 없다.  종말을 혼란스러워 하고 막연히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신앙을 가지고 오늘 하루가 마치 나에게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살면 된다. 종말이 언제인지 묻지 말고 지금을 종말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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