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미혼 남녀들 중에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할 수 있다는 사람이 56.4%이고 결혼은 해야 한다는 사람이 48.1%였다 한다. 이 조사에서 보듯이 결혼은 해야 한다는 사람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해도 된다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그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볼 때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에는 이런 생각이 가당치나 한 일이었던가. 더러 결혼을 정식으로 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낳고 사는 부부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사정의 여의치 못해서 못했을 뿐, 일부러 결혼은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형편이 되었을 때 뒤늦게라도 결혼식을 올렸다. 미혼 남녀 간에 만나 함께 살려면 반드시 결혼 날을 잡아 부모님은 물론 일가친척 친지 모두에게 알리며, 이들 앞에서 결혼을 서약함으로써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인정을 받는 게 부부가 되는 첫 관문이고 통과 의례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평생을 변함없이, 헤어짐 없이 살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 정신이요, 가족관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일부 신세대들 간에 결혼한다는 것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둘이 만나 그냥 살면 되지 결혼이 뭐 그리 중요한가, 동거 상태로 살다가 서로가 싫어지면 부담 없이 헤어지면 그만이지 하는 의식으로 변해 가는 경향인 것이다. 그러다가 또 새로 눈에 드는 상대가 생기면 또 그런식으로 동거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몇 차례 동거 하는 중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서양에는 이미 이런 동거 부부가 예사롭게 있어 정식 결혼한 부부와 똑같은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나라도 있다 한다. 이들 가정에는 자연 모계, 부계가 각기 다른 자녀들이 함께 뒤섞여 살 수밖에 없을 터인데 흔히 있는 일이어서인지 우리처럼 갈등없이 잘 지내는 것 같다. 우리도 앞으로 신세대들의 결혼관이 동거의 방향으로 확산되어 간다면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 글로벌 시대가 되어서인가,  세계의 문물이 공유화되어감에 따라 우리의 전통가치관도 점점 퇴색해 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식으로 결혼을 통해서 가정을 이루는 경향이지만, 이혼율은 전보다 늘어가는 추세다. 전에는 결혼한 부부가 이혼을 한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여겼다. 그래서 결혼을 백년가약이라고도 했고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사별의 경우나 부득이 한 경우 외에는 이혼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옛 시절 평민층의 5복에 보면, 1. 이가 좋은것, 2. 자손 많은 것, 3. 부부가 해로하는 것, 4. 손님대접 할 만 한 재산이 있는 것, 5. 죽어서 명당에 묻히는 것이었다. 현대인이 보는 복과는 다른점도 있지만 이중에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 들어 있는 점을 보아 그만큼 결혼을 중시한 게 아닌가한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안정되려면 먼저 가정이 안정되어야 함은 당연한일이다. 그러려면 가족 구성의 기본인 부부관계가 원만해야 하고 탄탄해야 한다. 동거부부가 과연 건전하고 탄탄한 부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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