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소확행’, ‘아모르파티’, ‘무민’이라는 말이 있다. ‘소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고, ‘아모르 파티’는 ‘내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다.

  ‘무민’은 한자 ‘없을 無’에 영어 ‘mean’을 합성한 말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항상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특별한 의미가 없어도 거기서 즐거움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뉘앙스의 차이들은 다 있지만 이러한 말들이 담고 있는 것은 너무 미래를 고민하지 말고 현재를 잘 살자는 것이다.

  성경에도 이런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 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마태복음 6:34).  우리는 오지도 않은 내일을 오늘걱정하느라 정작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빚을 지지도 않았는데 이자낼 걱정을 앞서서 하는꼴이라고 했다.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걱정하느라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면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지혜이다.

  그러나 생각해본다. 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 되었을까? 혹시 큰 꿈은 이룰 가망이 잘 안보여서, 당장 실현 가능한 작은 것이라도 확실하게 누리며 살겠다는 것은 아닐까? 요즘 젊은 세대들이 미래의 집 구입보다, 지금 좋은 수입 외제차를 타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유와도 같지 않을지 모른다. 물론 오지 않는 미래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오늘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다보면 그것이 내일이 되고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 원래 그 말을 한 독일 철학자 니체의 의도는 신이 준 운명에 순응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것이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있는 현실에 순응하고 즐기라는 말로 읽혀진다. 아모르파티를 외치는 김연자의 노래에도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무민’이라는 말은 어떠한가. 필자의 큰 아들은 영화광이라고 할 만큼 영화를 즐겨본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마음에 남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재미있으면 됐지,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어야 되는가?”라는 반문이었다. 순간 머쓱해졌다. 무엇을 하든지 거기에는 뭔가 꼭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는 강박이 어린세대들에게는 매우 고리타분한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고 요즘 세대의 흐름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단어에 담긴 미래의 불확실성과 절망을 읽게 되면 마음이 좀 씁쓸해진다. 한 구직업체가 최근 실시한 청년층 설문조사 결과, 40%가 넘는 인원이 스스로를 ‘무민 세대’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취업과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고 한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갈수록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좌절과 자포자기가 그 안에 있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 불행한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미래를 잊어버리고 오늘 행복하기만을 추구한다면 문제다. 치열한 삶을 두려워하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부정하고 “아프면 노인이다”를 외치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내일과 연결될 수 있는 차원에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음미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 삶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한번쯤 묻는 것은 어느 시대건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에베소서 5:15-16).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