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이나 말의 내용을 쓴 것을 ‘글’이라 하고 그 글을 쓴 글자의 모양을 ‘글씨’라고 한다.

  요즘은 문서 작성하는데 간단한 기재사항을 쓰는 경우이외는 손으로 직접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모두가 컴퓨터에 워드프로세서에 의해 활자로 작성한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타자기나 필기를 함께 이용했고 타자기가 나오기 이전에는 전부 필기에 의해 작성 했다.

  그래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채용에도 유리했다. 채용시 이력서를 제출하는 데도 반드시 자필로 쓰라는 단서가 붙었는데 이는 글씨를 보고자 함이었다.

  이젠 필기로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아득히 먼 구시대의 얘기가 되었다. 심지어는 편지도 자필이 아닌 활자로 된 인쇄물로 작성한다.

  이러다 보니 글씨를 쓸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글씨를 잘쓰고 못 쓰고 평가할 가치를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쓰기는 거의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글씨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그 필체가 다른 법이다.

  그나마 요즘 신세대 젊은이들의 글씨 쓴 것을 보면 모두가 똑 같이 글씨가 작고 오종종하며 네모지게 써서 개인별 필체의 특징도 없고 필기체로의 멋도 없다. 이것은 활자문화에 익숙해진 신세대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글씨를 쓰는 것도 타고난 솜씨가 있어 악필, 달필, 명필이 있다. 웬만한 사람이면 잘 쓰려고 노력하면 명필까지는 못되어도 악필은 면할 수가 있다.

  옛날에는 달필, 명필들의 전성기였지만 지금은 컴퓨터시대를 맞아 그 실용 가치를 잃고 퇴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컴퓨터가 생활도구화 되어 컴퓨터에 워드프로세서와 복사기가 과거 손으로 하던 일을 다 할 수 있다.

  컴퓨터의 자판기만 치면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모든 문서가 의도대로 잘 작성되니 자연 컴퓨터와 친숙해 질 수밖에 없다.

  필자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자 원고지에 원고를 손으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던 것을 지금은 컴퓨터 자판기에 처서 파일에 담아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생활문화가 바뀌고 또 그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기도 하지만 그 새문화의 뿌리가 되는 기존의 문화를 당장 소용이 없다고 소홀이 하거나 잃어버린다면 후일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지난 한글날에 요즘 새로 생겨난 신조어 목록이 발표된 것을 보았다. 따로 설명이 없이는 구세대들은 이해할 수도 없는 말들이다.

  그 중에는 긍정적인 뜻으로 된 것도 있지만, 악의적이고 비하하는 내용이 더많음이 문제다. 부정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 그리고 글씨,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프랑스의 유전학자 라마르크(1774~1829)의 ‘용불용설(用不用說)’ 에 의하면, “동물의 기관중에 잘 쓰는 부분은 발달하고 잘 쓰지 않은 부분은 퇴화해 버린다.”라고 했다.

  더욱이 그 변화는 유전하고 세대를 겹침에 점차로 현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래 된 하나의 학설이지만, 오늘의 현실을 보면 맞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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