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음력 10월을 상달 이라 하지만 8월 한가위 보름 명절 이야 말로 진정한 풍요의 성수기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황금 들녘을 바라보는 것 만 으로도 그 풍요의 극치는 비유할 곳 없이 유쾌하다.
 
  저녁 무렵이면 더욱 짙어지는 과일 향처럼 사람들도 마음의 두께가 두둑해지는 느낌은 또 무엇일까. 빈 살에 헌 옷을 걸친 허수아비 조차도 풍성함이 묻어나면서 미소로 해를 배웅하는 호 시절, 가을 저녁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 으로도 마음의 온유를 연상 하게하는 가슴속의 푸근함은 자연과 계절과 사람과 마음이 하나 되는 접신의 경지처럼 경이롭기도 하다.

  가을이 주는 넉넉한 선물의 극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빛이 퇴색해 감에도 슬프지 아니한 채움의 시절이 바로 가을이요 한가위 인 것을 모두는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그 이유를 묻고자 하는 이는 드물다. 마법처럼 안겨오는 훈훈한 가을바람의 체감온도는 다정함이다.

  물리적 기온 측정이 무의미하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아직도 수확이 마무리 되지 않았건만 은유되는 포만감은 둥근달이 휘영청 밝은 추석 명월이 있어서 더욱 그러 하리라 생각해 본다.

  생각할수록 자꾸만 느껴지는 포만감은 시절이 가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을처럼 익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추석명절을 기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는 훈훈한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족들 때문에 따뜻한 내일이 기약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명절에는 일정 조율이 어려워 차례에 함께하지 못하고 처음으로 아들 내외에게 주관을 맡겼다. 전날 차례음식 준비를 마치고  손수 지필묵을 들어 정성껏 지방을 써서 윗목 에 모셔놓고 추석날 아침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평상시에 단한 번도 차례나 가례의식을 생략해 본적 없이 성장한 아들 내외가 그대로 답습하여 차례 상을 차리고 예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두 돌이 채못 된 손자도 처음으로 가담을 했다. 사진으로 날아든 손자의 절하는 모습은 배를 쭈욱 깔고 엎드려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는 옆의 아빠를 힐끗 바라보며 다음순서를 짐작하는 것 이었다. 아들이 손자 나이에 그러했고 나또한 그렇게 답습하며 성장하여 오늘을 맞이 했다.

  동생들이 그러했고 조카들이 그러했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사람의 구실을 하기 위해 인생을 답습하고 배워 왔을 것 이다. 그러므로 진정 한가위 차례의 포만감이란 오곡의 결실보다도 자손들의 결실이 더욱 의미가 크기 때문 일 것이다.
 
  풍요와 번영과 결실과 포만 등도 자손의 결실과 더불어 더욱 의미가 커진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며 평소에 늘 생각 했듯이 조상님을 섬기는 일이란 곳 자식을 올바로 가르치는 데에 그 의미가 깊은 것 이라는 것을 되짚어 보고 싶다.

  어린 손자가 또 성장을 하여 이와 같은 삶의 공식을 거듭 하면서 우리인류는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 본다. 늘 풍성한 한가위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