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법률사무소 이재근 변호사
이재근 법률사무소 이재근 변호사

피씨방 종업원 갑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씨방을 청소하던 중 컴퓨터 위에 놓여 있던 금반지를 발견하고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호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한편, 을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두고 간 손가방을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갑과 을은 어떤 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해 설>
갑은 점유이탈물횡령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로, 을은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받게 됩니다.

원래 타인이 잃어버린 물건(유실물, 형법상 개념으로는 “점유이탈물”이라고 부릅니다)을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아니면 제3자에게 줄 생각으로) 가지고 가는 행위는 형법 제360조의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이 때 점유이탈물이란 소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소유자의 점유를 떠나, 어느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이어야 합니다. 가령 A가 공원벤치에서 우산을 놔두고 온 경우 B가 그 우산을 가질 생각으로 가지고 가 버렸다면 이것은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됩니다. 반면, B가 그 우산을 보고 주인에게 돌려 줄 생각으로 경찰서로 가지고 가다가 화장실 문 밖에 잠시 두고 일을 보고 있는 도중 C가 그 우산을 가지고 가 버렸다면, C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고 절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위 우산에 대해서는 이미 B의 점유가 개시되었기 때문에 C는 타인(A)이 소유하고, 타인(B)이 점유하는 물건을 가지고 간 것이고, 타인이 소유하는 타인 점유의 물건을 가지고 가는 행위가 바로 절도이기 때문입니다. 절도죄에서 소유자와 점유자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사례에서 피씨방 종업원 갑이 가지고 간 물건이나 고속버스 승객 을이 가지고 간 물건은 모두 갑, 을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물건들의 점유자는 누구일까요? 우선 금반지의 예를 살펴보면, 판례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피씨방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는 그 물건은 일단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고 합니다(88도409판결). 여기서 피씨방의 관리자란 바로 피씨방 주인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갑은 타인(금반지의 소유자)의 소유인 타인(피씨방 주인) 점유의 물건을 훔친 것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고속버스에서 잃어버린 물건의 점유자는 고속버스 운전사일까요? 판례는 피씨방의 경우와 달리 이 경우는 고속버스 운전수의 점유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고속버스의 운전수는 고속버스의 관수자로서 차내에 있는 승객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고,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은 이를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 뿐이므로(유실물법 제10조 참조), 그 유실물은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아니하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을은 절도죄가 아니라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는 셈입니다. 이와 같이 보는 까닭은 피씨방 주인의 경우 피씨방 내의 물건에 대해서 자신의 지배로 하겠다는 확고한 의사가 있다고 보는 반면(피씨방 주인이 그 물건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고속버스운전수의 경우 승객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관수자일 뿐 고속버스 내의 물건을 지배하려는(점유)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나 고속버스운전수라고 하더라도 유실물을 현실로 발견하였다면 점유자가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판례의 태도에 따라 사례의 결론을 말씀드리긴하였으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런 결론을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도대체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사례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이런 점들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법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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