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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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길었던 여름은 가고 있다.

  선선한 밤이 드디어 왔다. 더워 잠못 이루시고 놀이터에 앉아 계시던 옆집 아저씨도 이제는 충혈된 눈이 아니다. 아저씨는 막둥이 아들이 올여름 에어컨을 사줬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다. 그럼에도 밤에 더워서 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피곤해하셨다. 전기세가 아까워 틀지 못하고 자랑만 하셨던 모양이다. 아저씨는 지하철로 피신을 간다고 은행으로 돈을 찾으러 가셨다. 도서관을 관리하던 분이 놀이터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도서관 지하에 쉴 공간이 있으니 거기서 솜 쉬시라 권하셨다. 참 고마우신 분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놀이터에 계시는 분들이 밤에 푹 주무시질 못하니 새벽 두 시에 운동을 나오고 그 시간까지 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 청춘들과의 대화가 여과 없이 들렸다.

  더워도 너무 더운 올해 여름은 특히 어르신들이 이겨내 시기엔 어려워 보였다. 에어컨이 있으면 뭐하나 벽에 걸린 그림과 똑같은데, 부피 큰 그림 한 장이 늘어난 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옆집 할아버지는 점점 말라갔다.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남의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니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올여름은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 아주 죽겠어.”라고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러면서 아들이 에어컨 사줬다고 자랑하신다. 틀지도 않으신 에어컨, 현실이 참 안타깝다. 그 에어컨은 자녀들이 와야만 틀어졌다. 형편이 괜찮은 옆집 어르신이 이러한데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어찌 생활하셨을까?

  이제는 밤에 귀뚜라미가 운다. 그리고 전기세가 나왔다. 끔찍했지만 한여름 끄지 못한 에어컨이기에 어느 정도 나올 거란 예상은 했다. 그럼에도 참 많이 나왔다. 누진제에 받은 타격이 참 크다. 동생은 중소기업을 운영한다. 한 달에 전기세가 120만 원정도 나온다. 산업용이라 할인을 받는데도 말이다. 옆에 사장이 자살을 했는데 밀린 전기세만 300이 넘었다고 동생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영세한 중소기업은 전기세 할인은 꼭 필요한 듯하다.

  그렇다고 점점 더워지는 더위를 무작정 참으라면 그건 더 문제가 아닌가? 국민을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북극의 ‘최후의 빙하’ 가장 두꺼운 빙하가 일부 무너졌다고 한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북극은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태풍과 해일, 그리고 물에 잠기는 나라가 생길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후손에게 빌려 쓴 지구를 함부로 쓰다가 자연재해라는 보복을 받고 있다. 즉 점점 더워지는 여름은 올해만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해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날 문제이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대책은 아쉽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한전은 작년에도 적자라 했지만 성과급은 입이 떡 벌어지게 잔치를 했다. 올해는 조용하다. 직원이 아니니 모르겠지만 적자가 나면 국민의 혈세로 채우니 해마다 적자라 말하고 성과급은 꼭꼭 챙겨 갔다. 난 그걸 회의적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내년 여름엔 모두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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