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입으로 전해오는 우리나라 민요 중 <강원도 아리랑>의 한 구절이 있다.

  산중의 귀물은 머루나 다래
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라

  라고 표현한 이 대목을 만나고는 나를 위한 ‘치료약’으로 수시로 먹는다. 자신을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탁월한 쑥스러움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과의 소통이 세련되지 않은 편이다. 말과 행동에 어리숙함을 느낄 때는 나를 지청구하며 못났다고 괴로워한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한다. 나뿐만이 모자란 게 아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어느 때에는 한쪽으로 몹시 쏠려 있고, 그때그때 다르고, 어딘가에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나도 타인을 볼 줄 알게 되었다고 괜히 힘을 주기도 하였다.

  내 주위에는 이름 없이 귀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제 처소에서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 미혼모, 장애를 지니고 장애를 위해 시를 쓰는 사람, 남을 해칠 줄 모르며 가끔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 제가 좋으면 좋다 하고, 싫으면 싫다 하는 소박함을 주인으로 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봄풀 속에 흰민들레 같은 이런 귀물들에게서 나는 환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정진규 시인의 ‘해마다 피는 꽃, 우리 집 마당 10품(品)들’이 있다.  시인은 계절마다 자신의 마당에 피는 꽃들에게 1품부터 10품까지 품계를 주었다. 1품 산수유, 2품 느티, 3품 수선화, 4품 수련, 5품 수수 꽃다리, 6품 영산홍, 7품 접시꽃, 8품 흰 민들레, 9품 들국, 10품풀꽃들이다. 이 이름들에 귀하디귀한 이유를 시로 표현하였다. 그 중에 ‘10품 풀꽃들’을 소개한다.

10품 풀꽃들,
이름이 없는 것들은
어둠 속에서 더 어둡다
지워지면 어쩌나 아침에
눈뜨면 그것들부터 살폈다
고맙다 오늘 아침에도 꽃이
피어 있구나 내일 아침엔
이름 달고 서 있거라

- 정진규의‘해마다 피는 꽃,
우리 집 마당 10품(品)들’부분

  귀한 사람은 굳지 않는다. 비탄력적 뇌, 고정된 것은 없다. 말랑말랑하게 ‘나는 잘 있나?’를 살핀다면 귀물로써의 대접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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