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유례없는 혹독한 폭염을 맞으며 너 나할 것 없이 못 참겠다는 푸념을 토한다. 가을의 관문이라는 입추가 지난지도 1주일이 지났건만 폭염은 가실 줄 모르고 더욱 기승을 부리며 8월 한 달까지는 지속되리라는 기상청 전망이다. 이렇게 30도가 훨씬 넘는 폭염과 열대야까지 가중되어 한 달이 넘게 온 천지를 달구면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는 농작물과 가축들의 고사와 폐사 현상이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간에 몸에 일정한 량의 수분과 온도 습도가 맞아야 생육발달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비도 없는 가운데 극심한 폭염과 함께 가뭄이 장기간 계속되다보니 저수지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날 정도가 되었으므로 급수가 불가능하게 되자 농작물의 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한 녹조 현상 때문에 강의 땜 수문을 열어 갇혀있던 물을 일부 방류한 것이 얼마 안 되었다.  이런 타들어 가는 가뭄을 보며 아쉬운 감이 든다. 거리의 가로수 잎도 아직 떨어질 때가 아닌데 누렇게 말라서 마구 떨어진다. 일부 보도 변에 총총히 심어져 잘 다듬어진 개나리, 무궁화의 잎도 시들어 고사 직전에 놓여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본다. 녹조보다는 가뭄을 대비하는 저수 대책이 먼저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 하나는 사람에게는 외부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온열질환이 생겨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여름철 더위에 체온을 조절해 주는 도구로는 선풍기나 에어컨이다. 이런 도구를 작동시키는 그 원천은 바로 전기다.

  요즘 이 긴 폭염 속에 워낙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전력소모가 많아져서 여유전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각 가정에서는 냉방을 위한 전력 소모가 많아짐에 따라 전기 사용료가 많이 나올 것을 염려하고 있다. 거기다 누진세가 적용되어 더욱 걱정인데 정부에서 한전 측과 합의하여 일시적으로 누진세를 감세하는 발표가 나왔으나 2만 원 정도 감세되는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전기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되었지만, 전기를 무제한 생산할 수는 없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 에너지원으로 석화연료, 수력, 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이 있는데 이 중 일부는 비싼 원료의 확보와 공해의 문제도 있지만, 특히 원자력 발전은 안전의 문제 때문에 무제한 생산에도 난점이 따른다. 그래도 원자력 발전은 값싸게 전력생산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점은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전력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한 두기만 가동 중단이 되어도 전력 수급에는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렇지만 원자력 발전은 그 동안 보아 왔듯이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의 사고에서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사고의 주체가 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전력난을 위해 무작정 폐기하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올 여름, 벌써 전력 비상이 닥친 것을 보면. 전등 하나로 벽을 뚫어 두 방을 밝히던 지난날의 전기절약 정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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