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나의 집 앞 왼편에는 아주 작은 꽃밭이 있다. 지난 4월, 작년에 손에 받아 두었던 분꽃씨앗과 봉숭아씨앗을 뿌렸다. 토끼풀과 잡초가 번져 뿌리를 내리는 땅이 황폐하게 보였다.

  봄비가 내린 뒤 호미로 땅을 일구고, 꽃삽을 들고 부엽토를 섞어 흙을 부드럽게 하여 꽃씨를 뿌렸었다.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꽃송이를 인 잎과 줄기가 축 축 늘어져 보고 있는 나도 늘어질 지경이니, 물통에 물을 받아 뿌리를 적셔주면 금방 식물은 기운을 내고 나의 갈증도 풀어진다.

  오른쪽 화단에도 꽃들이 만발했다. 이곳에 사는 이의 부지런한 손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었으리라! 백일홍 채송화 흰나리로 불리는 꽃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환하다.

  흰나리꽃 위에 앉은 호랑나비, 나비들! 여름을 여름답게 하며 그 앞에 멈추어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도 닦을 수 있게 여유를 선물해 준다.

  코스모스는 한 철을 당겨서 피었다. 한쪽 모퉁이에 무더기로 피어 있어 어디쯤서 오고 있을 가을을 살짝 보았다. 씨앗이 저절로 떨어져서 내년에도 그들의 영토는 넓어지겠지.

휴일 아침엔 은평에 사는 친구가 카톡으로 실비 바르탕의 샹송 ‘시바의 여왕’을 보내왔다. 호소력 짙은 가수의 목소리를 짧은 장마가 끝날 때까지 혼자 들었다.

  여름은 게으름이다. ‘원두막’과 ‘휴가’ 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좋아하는 수박을 실컷 먹을 수가 있다.

  바쁘다는 일상에 휘둘려 조급하게 더위를 먹어 버리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린다. 나는 음악과 꽃들을 옆에 두고 느릿느릿 지금 여름을 잘 견디려한다.

  어릴 때에는 ‘장천’이라는 지명에서 살았다. 나의 부모가 가꾸었던 꽃밭과 채전의 풍성함을, 일생에 가장 짧았던 영원한 행복을 가졌었다.

  여름 마당에는 밤하늘 별들과 분꽃향기와 어머니의 한지부채가 그림으로 선명하다. 그 언어들의 정원에서 소리 나는 기쁨을 듣는다.

  지금은 칠월이다. 해 아래 생물들은 이 여름을 건너야 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노동으로 집을 짓는 사람들, 멀리서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과 군에서 복무중인 청년들도 여름의 뜨거운 숨결을 견뎌야 한다.

  오래도록 자연의 신전에는 언어가 있었다. 이름을 가진 꽃들과 이름 없는 꽃들이 피고 지고 다시 핀다. 숲을 이루고 그렇게 스스로 여름 신전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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